밥상 앞에
무릎을 꿇지 말 것
눈물로 만든 밥보다
모래로 만든 밥을 먼저 먹을 것
무엇보다도
전시된 밥은 먹지 말 것
먹더라도 혼자 먹을 것
아니면 차라리 굶을 것
굶어서 가벼워질 것
때때로
바람 부는 날이면
풀잎을 햇살에 비벼 먹을 것
그래도 배가 고프면
입을 없앨 것
-정호승 밥 먹는 법
음식의 문화를 심리학적 시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저마다 독특한 식습관을 만들어가며 인간이 음식에 관한 생각이나 행동은 대체로 쾌락주의 보신주의 영성주의라는 세 이념의 영향을 받는다 쾌락주의는 맛을 넘어서 음식 자체보다는 화려하게 치장된 음식을 즐기는 성향을 나타낸다
보신주의는 음식을 에너지를 얻는 필수 영양소 열에너지로 환산되는 칼로리와 같은 분석단위로 계산하며 그 외의 음식물이 지닌 특질에 대해서 무시하는 원리를 가진다 한편 힌두교인이 쇠고기를 무슬림이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점을 영성주의의 특징으로 본다 이렇듯 음식에는 개인과 집단이 지니는 문화 맥락 및 핵심요소 특성 등이 표출되어 심리적 의미(meaning) 관계를 형성한다(Leon Rappoport 2006)
시의 화자는 밥을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내적으로 성숙한 의연함이 나타난다 이러한 자세는 심리학적 이념의 어떤 영향에서도 벗어나 있으나 모래로 된 밥을 먼저 먹으라는 점에서 앞서 언급된 화려하게 치장된 음식을 먹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전시된 밥‘을 먹지 말 것 혼자 먹는 것이 아니라면 굶으라는 점에서 보면 음식을 통해 몸을 지키고 에너지를 확충한다는 의미도 아니다
또 밥상에 무릎을 꿇지 말라는 점에서 보면 음식에 대한 계산된 방식을 취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차라리 ’굶고 나아가 입을 없애‘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취한다 어떻게 먹어야 정의로운 밥인지 밥의 의미를 되짚어가면서 밥 먹는 방법을 권한다
이러한 강열한 신체적 표현을 동원한 방식은 화자가 상대방에게 강하게 인지되기를 바라는 행동방식으로 볼 수 있다 밥상 앞에서 무릎 꿇지 않는다는 다짐은 살아가면서 자기 존재의 의미를 행위나 가치의 체험 고통을 겪으면서 결과를 이루고 말겠다는 각오로 드러난다
인간의 마음은 언제나 연구의 대상이 되어왔다 마음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분트(WWundt 1979)에서 출발되었으며 이는 ‘마음은 곧 뇌’라는 생각들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 확장된 마음 혹은 체화된 마음 이론(theory of embodied mind)으로 마음이 뇌의 작용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는 전통적 주장과는 상충한 이론이 등장한다 이는 급진적 마음의 확장(The Extended Mind)에서 확인된다
사람의 마음이란 몸 안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외부로 확장되고 동시에 기쁨과 슬픔을 주변 환경에 연결시켜 주는 장소를 통해 뻗어간다 따라서 마음은 마음과 뇌 속을 넘어 세계로 확장되는데 이는 기쁨과 슬픔을 함께 느끼는 공감 능력에 기인된다
또한 마음은 생물학적 두뇌에 국한된 것이 아니며 신체에 한정되지도 않는다(Andyclark & David J Chalmers) 이 마음이란 세계를 향해 한 없이 뻗어있다 이는 우리의 주변 환경 일부가 우리의 두뇌와 올바르게 결합될 경우 마음의 일부로 간주된다
우리의 믿음이란 조건이 구비되면 특정한 행동을 야기한다 그런데 이 믿음이란 무조건적으로 상대를 믿는데서 시작되고 이는 자신에 대한 강한 믿음이 토대가 되어 타인에 대한 믿음을 가져온다(Alfred Adler)
시에서는 밥을 먹는 태도와 삶을 관련지어 표현한다 즉 밥을 먹는 법에 대한 의미가 삶의 자세로 확장된다 그렇지만 그 삶은 어떤 밥을 먹어야 한다는 신념에서 시작된다 화자의 내면에 설정된 올바른 밥 먹는 방식은 내면에서 외부 세계로 의미가 확장되고 있다
때로는 말보다는 신체로 의사를 표현하는 방식이 집중의 효과가 크고 주의 깊게 이해된다 화자는 밥 먹는 과정에서 스스로 터득한 삶의 의미를 깨닫는다 비굴해져서도 안 되고 슬퍼해서도 안 되고 소화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먹어서는 안 되는 밥은 결코 긍정적인 의미를 지닌 밥이 아니다 그래서 그러한 상황 속에서 밥을 먹어야 할 바라면 차라리 입을 없애라는 통렬한 자각으로 끝낸다
화자의 이 말은 자신을 향해 내뱉는 소리라기보다는 세상을 향해 그릇된 행동을 하면서도 밥만 축내는 이들을 향해 보다 긍정적이고 올바르게 살아가야 하며 동시에 자신에게 주어진 몫으로 스스로가 지은 밥을 먹고 제대로 잘 살아가라는 교훈을 역설적으로 내재되어 있다
인간이 목표에 집착하면 매순간 삶의 방식을 선택해야 하고 이에는 책임이 따르며 결과적으로 자발성과 활동성에 방해를 받는다 이는 자기 초월과 자기 이탈에 기초를 두며 목표는 내재한 책임과 자유를 일깨워 삶의 의미를 찾는다
그동안 우리는 삶의 진정한 의미라고 여겼던 점은 삶에 이로운 진실한 의미가 아니므로 새로운 의미를 받아들여야 하며 그러려면 단순한 평면적이거나 공간적 시간적으로 갇혀있는 사고의 틀을 깨어 이전과 달라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