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흰밥

by 김지숙 작가의 집

해는 높고

하늘이 푸르른 날

소와 쟁기와 사람이 논을 고르고

사람들이 맨발로 논에 들어가

하루 종일 모를 낸다

왼손에 쥐어진

파란 못잎을 보았느냐

캄캄한 흙 속에 들어갔다 나온

아름다운 오른손을 보았느냐

그 모들이

바람을 타고 쓰러질 듯 쓰러질 듯 파랗게

몸을 굽히며 오래오래 자라더니

흰 쌀이 되어 우리 발아래 쏟아져

길을 비추고

흰 밥이 되어

우리 어둔 눈이 열린다

흰 밥이 어둔 입으로 들어갈 때 생각하라

사람이 이 땅에 할 짓이 무엇이더냐

-김용택 흰밥





사람마다 생각하는 밥의 의미는 다르다 하지만 밥은 대부분 사람들의 삶에 있어서 매우 소중한 부분을 차지한다 스키마 이론(Schema Theory)에 따르면 머릿속에 존재하는 선험적 지식(Schema)을 토대로 당면한 현재에서 새로운 내용을 이해하게 된다

즉 이는 과거의 반응이나 경험으로 생성된 생물체의 지식 또는 반응체계로서 환경에 적응하고 대처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 스키마로 새로운 환경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이 가능하게 된다 스키마가 없다면 자극은 무작위와 우연 이유 없는 사건으로 느끼게 된다 일상 속에서 우리는 어떤 상황을 받아들일 때 머릿속의 지식을 결합하여 사물이나 상대를 판단한다

화자는 사람의 손에서 모를 심고 나락을 거두고 쌀알이 밥이 되어 입 속으로 들어오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밥을 기억한다 밥이 되는 과정을 이해하려고 밥이 되는 일련의 과정을 재구성하여 필요한 사항들을 시간적 흐름을 반영하여 설명한다

예를 들어 밥의 맛이나 배부름의 정도와 같은 밥에 관한 정보 지식 반응 결과를 경험하고 기억하기에 무의식적으로 이러한 대처는 충분히 가능하다 시에서 화자는 흰밥이 입으로 들어오기까지의 특정한 과정에 주목한다 선험적으로 아는 내용과 관련 있는 인물 물건 등에 대해서도 그에 그와 연결되는 반응을 보인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화자는 밥이 주는 생의 의미와 삶에서 오는 충족감 흰밥의 가치에 깊은 관심을 갖는 존재가 되는 길이 바로 사람의 도리가 된다고 간주한다 화자의 과거 기억 속에 재생한 지각의 형태로 존재하는 흰 밥에 대한 지식을 포함한 다양한 관계를 형성한 스키마를 일깨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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