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대흠 밥과 쓰레기

by 김지숙 작가의 집

날 지난 우유를 보며 머뭇거리는 어머니에게

버려부씨요! 나는 말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아이의 과자를 모으면서

멤생이 갖다 줘사 쓰겄다

갈치 살 좀 봐라 갱아지 있으먼 잘 묵겄다

우유는 디아지 줬으면 쓰것다마는

신 짐치들은 모태 갖고 뙤작뙤작 지져사 쓰겄다

어머니의 말 사이사이 내가 했던 말은

버려부씨요!

단 한마디

아이가 남긴 밥과 식은 밥 한 덩이를

미역국에 말아 후루룩 드시는 어머니

무다라 버려야

이녁 식구가 묵던 것인디

아따 버려불제는

하다가 문득

그래서 나는

어미가 되지 못하는 것

-이대흠 밥과 쓰레기




무엇이든 잘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이 경우 물건과 심리 관계를 잘 이해하고 난 후에 해결해야 하며 이 현상은 내면 깊은 곳에서 비롯된 공포와 불안감에 대한 표현일 수도 있다 이 행위는 강박과 관련되며 심미적 삶에는 방해가 된다 또한 그림자 자아에 억눌린 인격을 가지는데 이는 도달하지 못하는 점에 대한 반항 심리에서 발현되며 억눌린 그림자 자아에서 벗어나 긍정적인 삶을 살 필요가 있다

물건 뒤에는 어떤 형태의 두려움이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버리지 못하고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데 에너지를 쓰기보다는 행복하고 윤택하게 삶을 살려고 물건을 사용해야 한다 음식은 인간이 삶아가는 삶의 방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매개물이다 그 리고 그 사람이 섭취하는 음식물로 그 사람의 몸은 형성된다

특정 음식에서 느낀 혐오감은 단한번의 충격적인 경험만으로도 충분히 형성된다 그것은 식사 중 싸운 예나 통증 등도 이에 해당된다 그리고 그 음식이나 상황에 대한 혐오감은 평생 동안 지속된다(NormanDictson 2006)

화자는 어머니의 음식에 대한 가치관과는 다른 가치관을 지닌 버려지는 음식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어머니에 반해 화자는 내내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렇게 다른 점에서 어쩌면 자신은 어미가 되지 못한다는 말을 한다 어렵고 힘든 세월을 살아온 화자의 어머니는 남은 다양한 음식에 대해 끊임없이 활용방안을 찾고 화자는 이에 버리라는 말로 일관되게 대응한다 하지만 어머니의 음식을 대하는 방식을 어머니가 그간 살면서 형성한 가치관과 더불어 인정하고 어머니의 모든 행동으로 이해한다

결국 시에서 화자와 화자의 어머니는 동일한 사물에서 대해 서로 상반된 반응을 보인다 여분의 음식은 화자의 눈에는 쓰레기이지만 어머니에게는 음식이 되는 음식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를 드러내는 매개가 된다 화자의 어머니는 그것이 무엇이든 쉽게 버리지 못한다기보다는 언제 쓰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어디든 반드시 필요한 물건으로 바라보고 쉽게 버리지 못하고 다시 활용할 방안을 늘 찾는다

그 점은 A 아들러나 V E 프랭클의 가치 이론에 따르면 공헌감으로 나타난다 이는 자신이 혹은 어떤 물건이나 사물이 누구에겐가 반드시 도움이 된다거나 그러한 도움을 기다리는 곳이 있다고 생각하며 화자의 어머니 역시 그 점을 행복으로 여긴다

그래서 음식이나 그 밖의 사물을 필요한 곳에 재사용하려고 노력하는 점을 삶의 의미로 여기고 행복한 충족감을 느끼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화자의 어머니가 물건에 애착을 갖는 점은 근본적으로는 불안정서와 유관하다 그리고 삶에 보다 잘 적응하기 위함이며 기본적 안전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잘 다루려는 생존 방식의 하나로 이해할 수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