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 안의
무덤같이 둥그스름 쌓아올린
흰 밥
기름기 잘잘 흐르는
어머니가 지은 살(肉)
몇 끼 굶은 나는
마음 편하게 먹기로 했다
아무 말 없이
쉽게 몸을 내 놓은 건
밥 밖에 없다
-김규화 밥1
밥은 우리 고유한 식문화풍습이 시대와 사회의 영향에 따라 다소 변화하며 그 맥을 유지해 왔다 태어나서 처음 먹는 암죽에서부터 죽은 자를 기리는 제사상에 놓이는 고두로 얹은 흰쌀밥은 늘 우리와 함께 해 온 음식이다 쌀은 삼국시대 이후 밥의 재료로 여겼으며 이 시기에는 부자들이 쌀밥에 대한 선호도가 강했다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쌀농사가 늘면서 부자 뿐 아니라 가난한 자들도 주식으로 여기기에 이르렀다 때로는 권력의 상징이 되거나 때로는 치성을 드리는 신과의 연결하는 매개물이 된다 또한 관계를 원활하게 소통하려고 함께 밥을 먹는다 밥은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접하는 음식이 밥이다 시에서 화자는 바로 이 밥을 어머니의 육신으로 지었다고 보고 몸사림 없이 안심하면서 먹는다
레비스트로스는 문화의 다양한 양상 중 요리에 관심이 많았다 음식을 먹는 방식에 따라 문화의 구조를 파악하기도 했다 즉 ‘요리 삼각형’이라 하여 날 것 익힌 것 삭힌 것을 두고 인간의 문화는 삼각형 중 어느 단계로든 나아가는 중이라고 했다(민혜련 2011) 레비스트로스에 따르면 좋은 음식이란 먹어서 좋은 것에 앞서 생각만 해도 좋은 것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토템동물은 집단이 자기를 생각하기 좋기 때문에 택한 것(Claude Lévi-Strauss 1962)이고 이를 우리 음식에 결부하면 김치는 한국인이 자신을 생각하기에 좋은 음식이 된다
시에서는 무덤같은 밥과 어머니의 몸을 동일시 여긴다 배가 몹시 고픈 화자는 맘 편히 밥을 먹으면서 쉽게 자신에게 모두를 내어주는 그 밥에 감사한다 이렇게 자신을 모두 내어주는 밥은 모성의 의미를 담는다 자식의 입안으로 들어가 살이 되고 피가 된다면 기꺼이 감수하는 밥에서 느끼는 모성과 자식이 느끼는 안도와 감사함이 나타난다 화자는 맛있는 밥만이 아니라 그 밥이 가져다주는 의미를 깨닫는다 고통을 피하지 못하므로 ‘마음 편하게 먹기로 했다’는 점에서는 더 이상 피할 길 없는 삶에 대해서 오히려 낙관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택한다
따라서 화자는 말없이 몸을 내 놓는 ‘밥’을 먹으며 화자가 먹는 밥은 화자의 몸속으로 들어가 다시 새로운 삶을 영위하는 생명의 순환구조로 인식되고 그러한 인식 가운데 어머니의 살을 먹은 자신이 다시 삶을 살아내게 되는 밥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밥이 지니는 진정한 의미를 찾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밥은 살고 싶은 대로 그 상황을 선택하며 살아가는 화자 자신의 삶의 고단함을 위로하는 귀한 존재가 된다 또한 화자는 무의식적 행동으로 쓸데없는 감정은 배제하면서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을 소중하게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