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수술 받은 아내하고 둘이서 일요일 늦은 아침을 먹는다 모름지기 밥 먹는 일이 범상하지 않음이여 지금 우리는 한차례 제사를 드리고 있다 생기 잃은 몸에 정성껏 공양을 드린다 한 숟가락 한 숟가락 온 맘을 다해 청포 갖춰 입은 방아깨비처럼 절을 올린다 서로의 몸에 절을 올린다
-장옥관 밥 먹는 일
A 아들러에 따르면 인간의 몸과 마음은 모두 자신의 삶을 표현하며 이는 단순한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의 정신이 몸과 마음을 지배하지만 움직이는 것은 육체이다 성장하고 발전하려면 정신과 육체의 상호 협력 관계는 지속된다 그리고 정신은 안정감을 느끼게 육체를 이끈다 인간은 어떤 환경에서든 그 환경이 갖는 의미를 경험한다 따라서 의미를 벗어나서는 살아가지 못하며 자신이 부여한 삶의 의미에 따라 현실을 경험한다 말하자면 현실 자체보다는 해석된 현실을 경험한다 진실한 삶의 의미란 타인과 감정을 공유하고 서로 타당하다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데 있다 그래서 우리는 주변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거대한 전체의 일부가 되며 인류가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영위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매일 밥을 먹는다 큰 수술을 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먹지 않고는 결코 생명을 유지하거나 살아가지 못한다 화자나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 온 화자의 아내는 밥 먹는 행위가 매일 반복하는 습관적 동작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힘겹게 진행되는 제사나 의식으로 여긴다 나아가 배우자의 삶을 편안하고 풍요롭게 하기 위한 서로의 노력은 오히려 스스로를 최고의 모습으로 변화시킨다 음식은 인간 생명체가 존재하는 한 영원하겠지만 형태나 내용은 무척 다르다
시에서 화자는 반복적이거나 지속적이라기보다는 오랜 고통 후에 간헐적으로 음식을 먹는다 부부는 밥을 먹는 과정에서 상호 소통한다 밥을 먹고 서로의 감정을 교류하면서 마치 공양을 올리고 절을 하듯이 하루하루 매끼니들을 비장하게 먹으며 살아간다 즉 함께 밥을 먹으면서 서로에 대해 깊이 친밀감을 나누며 서로를 의식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 보인다 매사에 신중함을 보이며 이 행위들을 실천하는 데 그 매개가 되는 것이 바로 밥이다 청포 갖춰 입은 귀뚜라미처럼 절을 올리는 행동들은 서로의 몸에 생기를 넣고 잘 살기 위해 정성을 다하는 행위가 어떤 말보다 더 강력한 의미를 전달하게 되고 그러한 노력이 더 잘 보인다
대부분의 인간은 어떤 고통 속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노력한다 아무리 비극적 상황이라도 살기 위해 부정적 요소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게 된다 이렇게 주어진 시련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점은 개인이 지닌 절대적 가치와 유관하다 비록 가장 비참한 상황 속에 놓인다고 할지라도 삶에 대한 의미를 여전히 찾으려는 의지가 남아있는 것은 그 사람이 과거 실현했던 가치에 기반을 두기 때문이다(V E Frankl) 시에서 화자는 아침식사를 하는 과정에서 서로 주어진 삶에서 물러나 서로의 몸을 생각하고 위로하는 식사 과정에서 이미 삶을 대하는 두 사람의 진정한 의미를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