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숙도
을숙도
을숙도는 새들이 잠자는 맑은 섬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각종 철새가 모여들 무렵이 가장 아름답다
사계절 내내 다른 모습으로 찾아오는 철새와 옷을 갈아 입는 갈대는 적절히 조화를 이루며 갈대의 길고 짧은 잎새들이 강단있게 나부낀다
겨울이면 천연기념물인 고니가 찾아온다 백조 기러기떼 혹부리오리떼 알락오리 천둥오리 마도요 쇠백로 등은 갈대밭의 재첩 붕어 숭어 갯지렁이 게 조개 등을 먹이 삼고 넓은 뻘과 모래섬 습지라는 생육환경 속에서 한겨울을 보내고 시베리아로 돌아가는 철새의 보금자리이다
1983년 9월에 착공하여 87년 11월에 완공된 하구둑이 축조된 후 을숙도의 지형을 지금의 섬형태로 고착화되었다
지금도 갈대밭에는 텃새인 직박구리 동박새 청딱따구리 마도요가 둥지를 틀고 실낱같은 명맥을 이어 살아간다
지금의 을숙도는 미술관이며 공연장이 자리잡고 있고 봄이면 유채꽃이 잘린 갈대밭 한켠으로 노랗게 강변을 물들인다 처음 을숙도에 누가 유채꽃을 심기로 했는지 원망스러웠다 갈대밭을 그대로 두면 좋았을 것을 거기도 모자라서 지금은 구포다리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유채꽃 축제 풍경은 익숙하지 않은 핑크 뮬리처럼 목에 가시처럼 느겨진다 왜 갈대 숲을 그냥 두지 않은거야 정비를 하려면 정비만 하지 왜 생물 지형도를 바꾼거야
환경론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젊은 시절의 낭만과 추억을 송두리째 사라지게 만든 성형괴물들이 즐비하고 있다 을숙도에 어떤 미련이 남아있어서인지 여전히 을숙도를 지나 거제도를 가든가 경남일부로 가기위해 자주 이곳을 지난다 더이상의 어떤 기억 속의 모습은 남아 있지 않고 새로운 모습으로 나날이 변해가는 을숙도 낙동강 하구언 그래도 이곳의 낙조만큼은 그나마 옛얼굴을 그대로 지닌 채 매일 찾아든다
하구언 이전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그러고보묜 이를 기준으로 낙동강 주변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억에 대한 세대 구분이 될 것 같다 하구언 이전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그러고보묜 이를 기준으로 낙동강 주변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억에 대한 세대 구분이 될 것 같다
지저분하던 강 하구의 분뇨통들이 안타까웠는지 하루에 한번은 꼭 찾아와서는 신데렐라의 화관을 씌워주던 을숙도 일몰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되돌리지 못하는 곳이 어디 여기 뿐이랴 돌아갈 수 없는 사라진 고향처럼 을숙도를 볼 때마다 기억과 추억은 아프게 되살아난다
젊은 시절의 고운 얼굴을 다 잃어버리고 성형으로 옛모습 하나없는 빛나는 형상을 유지하는, 과거의 모습은 하나도 없이 사라진 모두 갈아엎어 재탄생한듯한 얼굴처럼 낯선 얼굴이 점점 낯익어가는 세월 앞에서 여전히 옛모습이 그리운 것은 누구도 어쩔 수 없는 내 마음이다 내 이름을 지을 적에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와진다는 지리산智異山에서 지 智자와 을숙도 乙淑島에서 맑을 숙 淑자를 가져왔다고 지혜로움을 맑게 쓰라고 늘 말씀하셨다 그래서 내 이름에 대한 자부심을 가졌다 그런데 그 이름을 가져온 을숙도를 바라보는 내 마음이 어떻게 다른 사람과 같을수 있을까 그래서 더 안타까운 마음이다 옛모습을 그대로 지니려고 노력하는 순천만의 갈대들이 부러운 이유가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