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진론「노란 비탈길」

by 김지숙 작가의 집

「노란 비탈길」


집으로 가는 길에

노란 비탈길이 일어선다

길모퉁이에서 무너지는 바람

그의 손은 추위처럼 떨며 손잡이를 찾는다

초시계처럼 파도치는 노을

길가의 나무는 거꾸로 자라고

빨간 덩굴풀이 벽을 타고

길을 갉아 먹는다

다리아래 강물은 난간을 뒤집으려 해

햇살은 포르말린에 담긴 것 같아

벽보에 걸린 동전 같은 달



그로테스크는 현실을 파악 혹은 극복하기 위한 서술 수단으로 현실과 그 현실에 대한 입장의 상호 관계에 의해 둘 중에 하나가 선택된다. 시「노란 비탈길」에서의 화자는 잠재된 내면의 노란 비탈길 위에 서 있다 환상으로 내면적 욕망과 무의식 등을 현실에서 실현될 수 없는 비현실적 이미지로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파도치는 노을 거꾸로 자란 나무 길을 갉아먹는 풀 포르말린에 담긴 햇살 등은 화자의 욕망 속에 잠재된 비현실적 이미지이다

이는 의미를 상실한 현실을 다시 조명하는 가운데 세계를 인식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공하고 전도된 가치관으로 세계를 비판하고 재조망하는 과정에서 이를 극복하려는 초현실적 공간과 환상을 보여준다 억제된 상상적 욕망을 풀어놓은 이 사물의 이미지들은 현실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비현실적이지만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가운데 환상을 경험한다. 그 과정에서 무의식으로 침잠하면서 상실된 현실을 재조명한다

길 바람 손 햇살 달 강물 등과 같은 다양한 사물들이 유희 하듯이 어우러지고 뒤엉긴 채 기존의 이미지가 변형되고 다층적 환상성을 불러일으킨다


지금까지 위상진 시집『그믐달 마돈나』에 언급되는 환상적 리얼리즘의 층위에 관해 살펴보았다 이들 층위는 현실과 비현실이 서로 엉기고 변형되어 세상과 현실에 대응하는 환상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다 매슬로우에 따르면 창의력은 모든 인간 본성에 내재된 인간의 기본 특성이다

이처럼 그의 시에는 그만의 창의적 요소가 환상성과 더불어 표현된다 그것은 첫째 음식에 대한 환상적 층위로 나타난다 이들은 콜라주 병치 열거 시공간의 초월이라는 표현 방식을 통해 현대인이 지닌 사물에 대한 획일적 사고방식을 벗어 던지는 한편 새로운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보게 만드는 의식적 경고를 환상성에 덧입혀 표현한다

둘째 감각에서 돌발되는 환상적 층위가 나타난다. 이는 혼돈 환각을 넘어서 불길한 관능성과 다면적 유연성 등 다양한 층위의 소리들을 사용하는 한편 관습적 사회가 만들어 낸 거짓 위선 횡포 등을 표현하기 위해 데포르마송 기법으로 환상성을 나타난다

셋째 말로 빚어낸 환상적 층위가 나타난다 이는 자동주의적 데생기법과 데빼이즈망 기법을 사용하였으며 일반적으로 용인된 사실들을 변형하는 과정에서 이전과 다른 사실을 새로운 사실로 받아들이게 되고 이 과정에서 다층위적 인지방식이 혼합된 환상성이 나타난다

넷째 그로테스크식 기법으로 표현된 환상적 층위가 나타난다 기형적 데생 괴상하고 기괴하며 다소의 불안감 공포감 등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결국 현대인의 삶이 불안하고 허무하다는 메시지를 블랙코메디적 요소를 띠는 환상성으로 독자에게 전달한다. 결국 위상진 시의 특징은 세상에 대응하는 환상적 표현 방식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초현실적 요소들이 지닌 환상적 리얼리즘을 절대 현실이라는 미적 상상력 층위에 놓고 빚어낸 정신적 결과물이다 이들 시의 미적 층위는 사실적 요소가 비현실적 요소와 더불어 전혀 이질적 사물을 이끌어내는 정신적 자유로움의 획득을 유연하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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