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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심

by 김지숙 작가의 집

사람의 마음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오래 만난 사이라고 할지라도 사람 속은 알 수가 없다 아마도 늘 같은 조건에서 만나서일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살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런데 이들을 세 네 부류로 나누어 본다면 첫째가 자신만을 생각하고 자기가 늘 옳다 여기고 자기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타인을 배려하지 않은 채 요구대로 계속 달라는 극단적으로 이기적인 사고를 가진 20%에 해당하는 무지 피곤한 사람을 들 수 있다 두 번째로 자신을 덜 먹고 덜 입고 이웃과 친지가 식구와 나누는 10%의 이타적인 사람 그리고 70%에 해당되는 냉소적이거나 무관심한 그저그런 덕도 해도 없는 무난한 사람 들로 나눌 수 있다

물론 사람인 이상 자기 이익과 관련된 사람의 앞 앞마다 다양한 얼굴을 하겠지만 내가 겪어본 사람들을 중심으로 보자면 이타적인 사람도 기억나지만 이기적인 사람이 더 잘 기억나고 그 이기심이 적극적일 경우 피하고 싶어진다

시장에 물건을 사러 갔다가 물건 값을 물어보고 사지 않고 돌아서 나오는데 <그 돈도 없나 그 돈도 없으면서 물건 값은 왜 물어보냐>고 뒤통수에 대고 시비를 건 경우를 본 적 있다 이런 사람이 파는 물건을 사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무리 물건이 좋아도 사디 싫다 그래서 그냥 나오기도 무섭고 팔아주기는 더 싫고 했던 적도 했다 대부분은 그렇지 않지만 그날따라 운수가 나쁘면 그럴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하곤 했다 그래도 이후로는 가격표가 없는 물건의 값을 물어보기는 꺼려지고 재래시장이나 일반상점에서 물건을 사는 것은 어떤 각오를 하게 된다

한 번은 미장원에서 머리를 다듬는데 어떤 남자가 불쑥 들어서더니 커트하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냐고 물어왔다 여주인은 손님에게 20분 걸린다고 하니 돌아서서 나가자 그 손님의 뒤통수에다 대고 그 20분도 못 기다리면서 왜 미장원에 들어오냐는 말을 했다 알아들었으니 이따가 오겠다는 의도인지 그냥 다른 데 가겠다는 의도인지 말을 하지 않고 돌아서니 속마음을 알 수도 없는데 미용사가 대뜸 그런 말을 쉽게 내뱉는 경우를 보면서 듣고 있는 나는 어떤 표정을 지을지 참 난감한 적도 있었다

내가 가던 이 미용사의 경우, 제 맘대로 고무줄 시간이기 때문이다 같은 커트를 해도 자기와 친하거나 단골의 경우는 한 시간가량을 쓰다가도 뜨내기로 한번 오는 손님 같은 경우는 10분도 채 걸리지 않고 처 삼촌 벌초하듯이 대충대충 설렁설렁하고 치운다 그래서 나는 이런 류의 사고를 가진 원칙이 없는 사장인 경우 아무리 머리를 잘 자르더라도 두 번은 가지 않는다 세상에는 원칙이라는 것이 있고 돈이 지닌 가성비가 있고 그 돈을 주고받으면서 하는 약속이 있다

장사를 하는 이상 물건 값을 알아야 사는 거고 아니면 가격표를 붙여 놓아야 하는 건데 또 머리 커트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는 대부분 잘 모르기에 궁금해서 물어볼 수도 있는데 괜한 시비를 자초하는 장꾼들을 보노라면 왜 상대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는지 궁금했다

낚시터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더 이상 사람이 들어올 수 없는 자리인데도 억지로 들어와서는 낚싯줄이 엉기든 말든 자기는 이곳에서 낚시해야 한다면서 낚싯대를 던지는 사람도 있다 주차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둘이 차를 타고 가다가 주차치 할 일이 생겨 나를 내려 주차 공간을 확보하고 기다리는데 앞에 서서 차를 돌리는 동안 주차공간 앞에 서 있었더니 다른 차가 재빨리 들어와서는 주차공간 앞에 서 있는 나를 차로 밀어버리며 빨리 나가라는 경우도 겪었다 자신이 그곳에 차를 대야 하는데 서 있는 사람이 걸리적거린다는 의미이다 말도없이 그냥 차로 밀어버린다 겁나면 알아서 피하라는 식이다 어이없고 끔찍했다 차로 받아버리겠다는 심사였다 원칙없이 혈기가 왕성하다는 것은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요즘은 책내는 방식은 많이 다양해졌다 예전 같으면 많이 찍거나 적게 찍거나에 무관하게 책값이 차이가 나지 않아 필요 이상의 책들을 찍어내곤 했다 그래서 그 여분의 책들을 나누거나 지인에게 보내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필요한 양만큼 사서 독자나 저자가 자가 출판이나 독립출판을 하는 경우가 있어 출판사에 책을 사야 하는 경우도 있다 책을 쓰는 일도 엔지니어 같은 기술로 이루어지며 심혈을 기울여 완성된다 눈에 보이는 노동에는 대가는 쉽게 지불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아 가치인식이 쉽지 않다 그 무엇보다도 우선 책을 쉽게 읽으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 더 문제는 아닐까 싶기도 하다

주변에 그런 일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이 적을수록 이런 경향은 더한 것 같다 가족이나 지인이 그런 직업군에 있다면 인식을 달라질지도 모른다 혹 그렇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이기적인 사람들에게는 편협된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기 때문에 주변 사람의 사정이나 입장은 늘 자신의 관심 밖이다 어떤 경우든 무조건적으로 자기가 알고 있는 방식대로 상대로 하기를 바라고 그걸 밀어붙인다

늘 자기 판단만이 옳고 다른 사람들도 자신과 같은 생각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매도한다 매사에 이기적이고 자기 맘대로 직설적인 사람 가까이에 있다는 것은 참 견디기 힘든 상황이 되기도 한다 그나마 마음 내지 않으면 만나지 않아도 되는 경우이면 다행이라 여겨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자고 일어나면 얼굴을 대해야 하든가 아니면 한달에 한두번 만나는 사리일지라도 이런 류의 사람은 무지 피곤하다

사람의 마음은 다 내 맘 같은 줄 알았는데 심리학에 관심을 두면서 사람의 마음이 층층만층 구만 층이라는 점을 알게 된다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휘두르고 판단하고 밀어붙이는 식의 주먹구구식 행동이 타인은 배려하지 않고 자기 이익만을 위해 움직일 때면 그 사람은 가까이하기에는 너무나 먼 당신이 된다 좀 더 주변을 둘러보고 역지사지를 챙기고 순한 마음으로 판단하고 살아가면 얼마나 좋을까 주변에 이기심이 그득 찬 사람이 있다면 신경을 바싹 써서 거리 두기를 하는 것이 상책은 아닐까 결국 사람사이에서 잘 살아내는 일이 사람으로 살아가는 최선의 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싫다고 다 tv 속 프로그램에서 만나는 자연인으로 살아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다 이기적인 사람만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타적인 사람이 10% 그저 그런 주면 받고 받으면 주는 보통 사람이 70% 무조건 받기만 하고 착취만 하고 자기 것을 움켜쥐고 내어 줄줄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이 20%인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보다 더 잘 살아자면 주변 사람들의 유형을 우선 잘 파악하고 자신이 상처받지 않고 살길을 찾아 챙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최소한 하위 20%인 이기심이 그득한 사람은 되지 않아야 하고 가급적 피해야 하고 부득이하게 만나고 살아가야 하는 경우, 틈을 유지하면서 적정거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그 줄다리기의 마음을 놓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것을 즐기려고 한다면 세상살이도 그다지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생각은 그런데 실제로 겪어보면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라는 말을 하면서 그냥 무조건 피하는 것이 상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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