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구멍
태어난 지 얼마되지 않은 어린이 머리는 두개골이 완전히 붙지 않아서 숨골이 있다 처음 엄마의 뱃속에서 나오면 적응이 안되어 코로 만 숨쉬는 것이 모자랄까봐 생긴것은 아닐까 숨골이 막히면 아이의 생명도 위협받는다
지구의 땅에도 숨골이 있는데, 지구가 숨을 쉬는 그 곳은 늪이고 습지이고 숲이다 그래서 이곳을 잘 관리해야 오염된 지구의 땅이 재생된다 사람이고 자연이고 간에 숨구멍이 막히면 질식해서 살아남지 못한다
그런데 왜 나는 갑자기 숨구멍을 말해야 하는걸까
요즘 사람들은 대체로 이기적이다 자기 기준에서 모든 것을 판단하고 옳다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설사 그것이 상대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든 없든 자신에게 유익하다고 생각하는데로 판단하고 행동한다
예를 들어 상대가 바라는 것은 해주지 않으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으로 상대가 따라오게 한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치게 이기적이고 나르시즘이 강한 사람들의 판단들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상대에게 선물을 한다고 쳐도 상대가 필요한 것을 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 기분에 끌리고 자기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을 준다 설사 안줘도 되는 상황일지라도. 이게 맞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기준에서 상대를 평가하고 상대에게 자기 기준으로 뭔가를 주문한다 하지만 간혹 상대의 마음을 살피고 상대에 대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 사람도 있다 아주 드물지만 있다 지구의 늪이나 숲이나 습지 정도만큼 될까
나는 이런 사람들이 세상살이의 숨통을 열어놓은 숨구멍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 사소하지만 선물을 사려 할 때 상대가 원하는 것을 생각하고 혹은 물어보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 그냥 손에 잡히는대로 사 가지고 와서 하나씩 나눠주는 것 물론 안주는 것보다야 나을지 모르겠지만 선물이라는 느낌은 없고 그냥 배급받는 느낌이 든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줄 생각도 여유가 없다면 차라리 안 주는 것도 괜찮다 아주 오래전에 대학 다닐 때 교환학생으로 온 알본인 여학생을 만났다 자기가 대접받아서 뭔가를 해주고 싶은데 줄 게 없었던지 여행사에서 주는 팜플렛 1장씩을 나눠주던 기억이 난다 그걸 왜 주는지 도무지 이해도 안 갔다받고도 쓰레기를 받은 것 같아 기분이 씁쓸했다 하지만 자신도 상대에게 뭔가를 줬다는 안도감을 갖고 싶었던 이기적인 생각일 수도 있다
뿐 아니다 그다지 친한 관계가 아닌데 어떤 배려에 대한 댓가로 맛있는 밥을 살게 라는 말들을 너무 쉽게 한다 그리고 사지도 않고 지나가는 입으로만 사는 영혼없는 입인사대처법도 있다 설사 산다고 해도 맛있는 밥은 자기 자기 입맛에 해당되는 것이지 상대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상대가 함께 밥을 먹고 싶은 건지 아닌지 동의도 구하지 않고 마음대로 자기 배고픈 시간에 식당으로 향하기도 한다
이런 행동들을 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도대체 뭘까 상대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자신의 기분대로 하는 행하는 방식의 기본 심리는 뭘까 자신이 갑이라는생각이 밑바닥에 깔린 것일까 아니면 너무 친하다고 생각하여 너나 내가 하나니 내가 좋으면 너는 당연히 좋아야 한다는 것일까 자신이 허물이 없이 대한다고 상대로 그런 관계라고 생각한다고 봐야 할까 나름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이런 사람을 만나면 숨구멍이 하나는 더 있어야 그곳을 통해 숨을 쉬면서 대화가 가능할 것 같은 생각을 하게 되고 가급적이면 덜 만나는 방향으로 생각을 갖게 된다 숨구멍은 자연에만 필요하고 어린아이적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요즘의 세상살이는 어렵다 그래서 숨구멍을 두어개쯤 여유로 가지고 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야 여유있게 어떤 사람을 불쑥 만나고 불쑥 튀어나온 이런 저런 말들에도 숨을 잘 쉬면서 쉴아 갈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