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심
이기심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오래 만난 사이라고 할지라도 사람 속은 알 수가 없다 아마도 늘 같은 조건에서 만나서일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살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런데 이들을 세 네 부류로 나누어 본다면 첫째가 자신만을 생각하고 자기가 늘 옳다 여기고 자기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타인을 배려하지 않은 극단적으로 이기적인 사람을 둘 수 있다 두번째로 자신을 덜 먹고 덜 입고 이웃과 친지가 식구와 나누는 이타적인 사람 그리고 냉소적인 사람 무관심한 사람 등으로 크게 나눌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사람인 이상 앞 앞의 사람마다 다양한 얼굴을 하겠지만 내가 겪어본 사람들을 중심으로 보자면 이타적인 사람도 기억나지만 이기적인 사람을 더 잘 기억나고 그 이기심이 적극적일 경우 피하고 싶은 사람이 된다
시장에 물건을 사러 갔다가 물건 값을 물어보고 사지 않고 돌아서 나오는 뒤통수에 대고 <그 돈도 없나 그 돈도 없으면서 물건 값은 왜 물어보냐>고 앞서 지나간 사람의 뒤통수에다 대고 시비를 건 경우를 뒤에서 본 적 있다 이런 사람에게 물건을 사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냥 나오기도 무섭고 팔아주기는 더 싫고해서 망설이던 적도 있다 대부분은 그렇지 않지만 그 날따라 운수가 나쁘면 그럴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하곤 했다 그래도 이후로는 가격표가 없는 물건의 값을 물어보기는 꺼려진다
한번은 미장원에서 머리를 다듬는데 어떤 남자가 불쑥 들어서더니 커트하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냐고 물어왔다 여주인은 손님에게 20분 걸린다고 하니 돌아서서 나가자 그 손님의 뒤통수에다 대고 미용사는 그 20분도 못 기다리면서 왜 미장원에 들어오냐는 말을 했다 알아들었으니 이따가 오겠다는 의도인지 그냥 다른 데 가겠다는 의도인지 말을 하지 않고 돌아서니 속마음을 알 수도 없는데 미용사가 대뜸 그런 말을 쉽게 내뱉는 경우를 보노라면 옆에서 듣고 있는 나는 어떤 표정을 지을지 참 난감한 적도 있었다 장사를 하는 이상 물건 값을 알아야 사는 거고 아니면 가격표를 붙여 놓아야 하는 건데 또 머리 커트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는 궁금해서 물어볼 수도 있는데 괜한 시비를 자초하는 장꾼들을 보노라면 왜 상대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는지 궁금했다
낚시터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더 이상 사람이 들어올 수 없는 자리인데도 억지로 들어와서는 낚싯줄이 엉기든 말든 자기는 이곳에서 낚시해야 한다면서 낚싯대를 던지는 사람도 있다 주차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둘이 차를 타고 가다가 주치할 일이 생겨 한 사람이 내려 주차 공간 앞에 서서 차를 돌리는 동안 주자공간 앞에 서 있었더니 다른 차가 들어와서는 주차공간 앞에 서 있는 나를 밀어버리는 경우도 겪었다 자신이 그곳에 차를 대야 하는데 서 있는 사람이 걸리적거린다는 의미이다 겁나면 알아서 피하라는 식이다
요즘은 책 내는 방식은 많이 다양해졌다 예전 같으면 많이 찍거나 적게 찍거나에 무관하게 책값이 차이가 나지 않아 필요 이상의 책들을 찍어내곤 했다 그래서 그 여분의 책들을 나누거나 지인에게 보내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저자나 독자가 필요한 양만큼 사서 보는 방식의 자가 출판이나 독립출판을 하는 경우가 있다
책을 쓰는 일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 작업으로 혹은 엔지니어 같은 기술자는 기술로 삶을 이어간다 그러기 위해서 자신의 일에 심혈을 기울인다 눈에 보이는 노동에는 대가는 쉽게 지불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아 가치인식이 쉽지 않다 그 무엇보다도 우선 책을 쉽게 읽으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 더 문제는 아닐까 싶기도 하다
주변에 그런 일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이 적을수록 이런 경향은 더한 것 같다 가족이나 지인이 그런 직업군에 있다면 인식을 달라질지도 모른다 혹 그렇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이기적인 사람들에게는 편협된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기 때문에 주변 사람의 사정이나 입장은 늘 자신의 관심 밖이다
극단적으로 이기적인 사람은 늘 자기 판단만이 옳고 다른 사람들도 자신과 같은 생각이라고 매도한다 매사에 이기적이고 자기맘대로 한다 이런 직설적이면서 생각없이 말을 내뱉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참 견디기 힘든 상황이 된다 그나마 마음내지 않으면 만나지 않아도 되면 다행이라 여겨야 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의 마음은 다 내맘 같은 줄 알았는데 심리학에 관심을 두면서 사람의 마음이 층층만층 구만층이라는 점을 알게 된다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휘두르고 판단하고 밀어붙이는 식의 주먹구구식 행동이 타인은 배려하지 않고 자기 이익만을 위해 움직일 때면 그 사람은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나 먼 당신이 된다 좀 더 주변을 둘러보고 역지사지하면서 순한 마음으로 판단하고 살아가면 얼마나 좋을까 주변에 이기심이 그득 찬 사람이 있다면 신경을 바싹 써서 거리 두기를 하는 것이 상책은 아닐까라는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