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자연의 브리콜라주 시집『햇빛과 연애하네』
「요술하는 백자」
가난한 집 소년이 부자가 되고 싶어서 궁리를 한다 한 노
인이 와서 “너 공부했니?” “했어요”
3년동안 다 읽고
석달 걸려 요술을 가르치고 놓아주었다
집에 돌아오니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아버지만 사신다
동산에 덩두렷이 뜬 달항아리
배가 몹시 부른 꿀항아리 물항아리
속이 텅비어버린 어머니의 배항아리
흐벅진 모란꽃 봄비에 다섯 손가락 좍 편 어머니
우윳빛 흙에 조선 선비의 서릿발 기운을 씌운
둥글고 소탈하고 당당한 사람들이
찬찬히 바라보며 항아리 속을 가득 채우는
작심을 한 소년이 아버지에게
“제가 어머니 같은 그릇이 될 터이니 장에 가서 파세요”
하니 아버지는 그릇이 된 아들을 지고 장에다 팔아
큰돈을 벌어 집을 짓고 양식을 사고 옷을 만들어 입는다
그릇을 사간 사람들이 달려와 속았다고 울고불고 하는 것을 보고
노인이 나타나 그릇을 모두 사서 대장간으로 간다.
좁쌀은 얼른 독수리가 되어 닭이 된 노인을 채어 먹어치워 버린다
-「요술하는 백자」 일부
모성애는 세상에서 가장 생명력이 강하다. 불가에 따르면 믿음은 도의 근본이며 어머니의 공덕과 같다(화엄경 현수품 현수보살게송 중) 모성애는 만법의 공덕장이며 다함이 없는 원초적 지혜로 여긴다 불교의 자비심은 감동적 힘을 지닌 모성애와 유사한 속성을 지니며 무조건적 비타산적으로 모든 것을 다 바치는 사랑이다
모성애는 자식을 자신의 일부로 생각하듯이 부처의 자비 역시 중생과 자신을 동등하게 여긴다. 소년이 가족을 향한 사랑이 모성애를 닮았다 소년에게 어머니는 희생으로 채워진 사랑의 그릇이다 그 어머니처럼 가족을 위해 자신도 희생하려 한다 그래서 가족 사랑을 실천하는 어머니 그릇으로 투사되고 어머니와 동일시되기를 원한다
자신도 어머니의 사랑을 가족에게 전하려는 희생이 나타난다 백자는 화자의 현재 삶을 벗어나는 초월적 존재로서의 가능성을 지닌 대상이자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현실의 탈출을 열어주는 희망의 통로이다 화자는 스스로 가족의 희망이 되고자 자신을 통제하여 희망의 출구가 되고자 한다. 소년은 결국 요술하는 백자가 되었고 그 이유는 화자와 가족의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스스로 희생하기 위함이다
이 시에서 동산에 뜬 달항아리 흐벅진 모란꽃 봄비 가운데서 특히 달항아리는 언제나 가족들을 먼저 생각하다 주린 배로 속이 텅 빈 어머니의 배 항아리를 닮았다고 여긴다 소년은 어머니를 닮고자 하는 마음과 어머니를 달로 떠올린 봄비 맞은 모란꽃은 어머니의 힘없이 손가락을 다 펴신 모습을 연상하는 매개가 되는데 이는 어머니를 향한 화자의 사랑을 표현하는 매개로 자연물들이 표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