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자연의 브리콜라주시집『햇빛과 연애하네』김규화론
「이른 봄새」
2월의 이른 봄새들이 북한산 자락에 좌악 깔렸다
초등학교6학년1반 아이들이
까르르까르르 새소리를 내며 북한산을 차오른다
담임 선생님은 이따금 한마디를 한다
비탈에서는 나무를 붙잡고,
바윗부리를 딛고,
차올라 날아라, 부지런히
아이들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화약냄새 자우룩하고
나무는 진저리치며 아이들의 손에서 잔가지를 털어낸다.
그리고 눈엽을 틔운다
자연이란 인간에 의해 변형되지 않은 인간 이외의 모든 현상을 의미하며 인간의 힘에 의해 가공되기 이전의 여건을 지칭한다 현대문명은 인간중심적 가치관이 만연하나 인간과 자연은 숙명적으로 불가분의 관계에 놓인다. 자연에서 벗어나서는 더 이상 살아가지 못하는 존재이며 자연을 떼어놓은 인간의 삶은 불가능하다
산 속을 아이들이 지나는 데 아이들의 손에서 떨어지는 잔가지로 나무들은 아연실색한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표현하는 동시에 자연의 관점에서 인간을 인식하는 역발상적 상황을 시화한 점이 신선하다. 자연의 시각에서 바라본 자연의 실상과 인식은 인간을 비판적 시각으로 표현하여 더욱 또렷하게 인식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말하자면 인간 중심이 아니라 자연 중심의 친화성이 나타난 이 시에서 나무(자연)와 아이의 관계는 자연이 인간을 밀어내는 관계양상을 나타난다 자연이 첫잠을 깨는 이른 봄에 철없는 아이들의 산행은 자신을 다칠 수밖에 없기에 자연의 입장에서 보면 아이의 입산은 전혀 달갑지가 않다
시에서는 자연의 입장에서는 자연에 위해를 가하는 인간의 폭력적 행위가 더욱 달갑지 않다는 입장을 축소시켜 보여준다 기술 문명의 발달로 인간의 물질적 욕망은 충족시켰으나 인간은 그 편리함에 비견되는 생존의 위협 속에서 살아간다. 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는 모습은 바로 인간들이 자기 사랑의 대상을 잃어버린 모습이다 작은 자연의 메시지에서 자연으로부터 버림받는 인간의 모습이 확대되어 읽혀진다 북한산에 깔린 아이들 막 눈을 틔우는 가지를 붙잡는 아이들의 손에 대해 자연의 입장에서는 달가울 것이 없는 자연의 입장이라면 아이조차도 무서운 존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