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해방과 이데올로기
여성해방과 이데올로기
시몬느 보부아르는 파리에서 태어났다 아들을 얻고 싶어 했던 아버지의 바람과 달리 두 딸을 얻은 아버지는 보부아르에게 희곡 문학 취미 등의 지적 자산을 물려주었고 뛰어난 보브아르의 성장을 보면서 이로써 가난에서 벗어나리라는 확신을 가졌다 학업에 뛰어난 그는 파리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수학 문학 언어학을 거쳐 최연소 철학교수자격시험을 통과했다 그가 쓴 『제2의 성』에서 그는 남성이 여성을 고정화하여 가부장적 제도를 조직하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한 가장 확실한 것을 성으로 보고 있으며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 하여 페미니즘의 핵심을 세웠다 여기서 말하는 만들어진 여성스러움이란 사회의 환경 관습 교육 남성 등에 의해 여성이 길들여진 여성을 의미한다
고정희 「여자가 되는 것은 사자와 사는 일인가
어린 딸들이 받아쓰는 훈육 노트에는
여자가 되어라
여자가 되어라…… 씌어 있다
어린 딸들이 여자가 되기 위해
손발에 돋은 날개를 자르는 동안
여자 아닌 모든 것은 사자의 발톱이 된다
일하는 여자들이 받아쓰는 교양강좌 노트에는
직장의 꽃이 되어라
일터의 꽃이 되어라 …… 씌어 있다
일터의 여자들이 꽃이 되기 위해
손톱을 자르고 리본을 꽂고
얼굴에 지분을 바르는 동안
꽃 아닌 모든 것은 사자의 이빨이 된다
신부들이 받아쓰는 주부교실 가훈에는
사랑의 여신이 되어라
일부종신의 여신이 되어라 …… 씌어 있다
신부들이 사랑의 여신이 되기 위해
콩나물을 다듬고 새우튀김을 만들고 저잣거리를 헤매는 동안
사랑 아닌 모든 것은 사자의 기상이 된다
철학이 여자를 불러 사자가 되고
권력이 여자를 불러 사자가 되고
종교가 여자를 불러 사자로 둔갑한다
그리하여 여자가 되는 것은
한 마리 살진 사자와 사는 일이다?
여자가 되는 것은
두 마리 으르렁거리는 사자 옆에 잠들고
여자가 되는 것은
세 마리 네 마리 으르렁거리는 사자의 새끼를 낳는 일이다?
그러니 여자여
그대 여자 되는 것을 거부한다면
사자의 발톱은 평화? 사자의 이빨은 고요?
사자의 기상은 열반?
고정희 시인은 광주 YWCA간사와 크리스천 아카데미 출판부책임간사로 일하면서 남녀평등 아이와 어른이 서로 평등하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문화를 추구하는 대안사회를 모색하는 여성주의 공동체 모임인 <또 하나의 문화> 동인의 중추역할을 하였다 그는 여성의 고통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으며 누구보다도 그에 관한 십자가를 무겁게 지고 살았다 당시만 해도 성적으로나 정치적으로도 금기시되었던 내용들을 시어 언급하면서 한국문학에서 페미니즘의 장을 열었다 한국문학에서 여성의 경험과 여성이 사회와의 관계를 파악하고 여성의 해방을 지향하는 선구적 시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그가 이러한 문학적 자산을 꿈꾸지 않았더라면 우리나라의 페미니즘의 발전은 더욱 더디게 이루어졌으리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시 「여자가 되는 것은 사자와 사는 일인가」에서의 화자는 태어나면서부터 여자가 되라고 교육받고 자란 아이는 손톱에 돋친 날개를 자른다고 말했다 이는 자신의 희망을 자른다는 의미로 표현되며 여성으로 태어나 가부장적 제도 하에서 길들여진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기에 남자처럼 손톱을 기르는 일도 허락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는 단지 손톱을 기르는 일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손톱 기르는 그 사소한 일조차도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없는 사회적 제약에 대한 제유로 볼 수 있다
현실적 삶 속에서 여자는 남자와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성 해방을 추구하는 그의 시에서 여성 억압의 원인을 전통적인 유교적 관습 속에서 찾는다 신체적으로 남성과 다르다는 생물학적 차이 유교적 관습에 따른 이데올로기에서 오는 사상적 원인 여성에 대한 편견 고정관념 등과 같은 사회 제도적인 원인 언술 문화적 원인 등의 여성억압 원인이 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