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밥 충무김밥

by 김지숙 작가의 집

어부밥 충무김밥




손가락 굵기로 속없이 잽싸게 만 김밥

익은 무김치 오징어무침

어묵볶음이 전부인 충무김밥

고기 잡는 뱃사람의 아내가 반쯤 삭힌

꼴뚜기 무침 무김치 도시락으로

햇살 득시글한 뜨거운 바다 위에서 먹는

찬 따로 밥 따로 김밥

시험이 끝나면 갈래머리 친구들이랑

동래에서 남포동까지 먼 길을

잠시도 쉬지 않고 조잘대며

씨그둥한 소리가 버스 안을 누비며

남포동 먹자골목 노포 찾아

충무김밥 어묵꼬지 먹고 영화 한편 보면

모든 일정이 끝나던 여고 시절



섞박지 김치에 오뎅무침 김밥안에 아무것도 넣지 않은 손가락 굵기의 밥만 넣어 만 김밥 그 때만 해도 김밥은 속에 단무지 오뎅 시금치 소시지만 넣고 동그랗게 말아 속이 꽃처럼 예쁘게 썰어서 먹는 줄만 알았다 그런데 남포동 먹자 골목에 가서 먹는 충무 김밥을 먹고나서는 그 단백한 맛에 한두달에 한번은 그 김밥을 먹곤 했었다

이후 낚시를 따라다니면서 통영가는 길목에서 파는 오래된 충무김밥집에 한지로 둘둘만 충무 김밥이 제일 맛이 있었다 가장 최근에는 그 충무김밥집을 가니 노모는 안보이고 그의 딸인 듯한 사람이 혼자서 충무 김밥을 파는 것을 사먹었다 그옛날에 둘둘만 한지에 싸여 있던 충무김밥을 줄서서 사던 그 맛은 아니었다

물론 입맛이 변한 것도 더 맛있는 음식에 길을 잃은 입맛 탓도 있겠지만 밥도 고스고슬하지 않고 김도 그 독특한 향을 잃은 채 그저 김에서 싸 먹는 김밥같다는 느낌이었고 김치도 덜익어 생김치도 익은 김치도 아닌 어중간한 맛에 양도 턱없이 적어서 밥도 제대로 못먹을 반찬양을 싸 주었다

몇대를 이어서 하는 장사는 그 비빕이 늘 따로 있는 법인데 최근에 먹은 충무김밥은 그게 아니어서 오래 전에 먹었던 충무김밥을 찾을 길을 없어진것은 아닌지 살짝 걱정이 되었다 무엇이든간에 생노병사의 과정을 거쳐 사라지는 것인지라 음식문화 역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언제나 현재의 그 맛은 추억 속의 음식 맛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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