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진살이
잣나무의 비밀
처음 이곳 펜션에 살게 되었을 즈음이다 앞 숲 입구에 잣송이들이 제법 큰게 떨어져 있었다 둘러봐도 소나무 밖에 없는데 어디서 난걸까 싶었다 별다른 생각없이 지났고 그때까지만 해도 난 소나무인지 잣나무인지 잘 몰랐다 내가 아는 소나무보다 훨씬 부드럽고 가늘게 생긴 솔가지들이 달린 나무가 있기에 소나무의 한 종류인줄 알았다
그런데 층수가 높아서인지 앞숲에서 바라본 나무꼭대기에는 잣송이가 열리고 그 크기가 솔방울과는 비교가 안되게 자라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면서 잣가지가 솔가지와 다른 점을 인지 하게 되었다 4층 꼭대기에서 내려다 보면 잣나무 꼭대기가 잘 보인다 처음에는 잣나무인지 소나무인지 잘 모르겠더니 여름이 가까울 즈음에 점점 방울이 커지면서 잣나무가 잣송이를 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잣송이는 제법커서 손만하다 저걸 어떻게 따지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 따기 위해 사다리차를 불러야 될 지경이니 아마도 손익계산을 하면 이익이 없어서도 안 따는 것 같다 덕분에 부리가 단단하고 큰 새들의 좋은 먹잇감이 되고 있다 잣이 여물때즈음이면 유독 잣나무에 까마귀 까치 들이 많이 모여든다
작년에는 바닥에 잣송이들이 떨어져 있길래 예사로 봤는데 올해는 초록으로 조롱조롱 달린 잣송이를 보니 알 것 같다 대신 커다란 까마귀며 가치 같은 몸집이 크고 부리 힘이 좋은 새들이 잦송이를 쪼아 잣을 먹고 있다 잣을 껍질이 단단하여 어린새나 작은 새들은 잣송이 근처는 얼씬도 않는다
어쩌면 몸에 좋은 잣을 먹어서 큰새들은 더 단단한 부리를 갖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여전히 자고 일어나면 잣송이킄 점점 더 커진다 새들은 더 지주 날아와서 더 오랜 시간 머물다가 간다 그래서 겨울 초입이면 속이 텅빈 잣송이들이 떨어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누가 먹든 어떠랴 자연이 만든 것이니 누구의 소유도 아닌 더 쉽게 먹을 수 있는 자의 것이 아닐까 아직은 초록인 밤송이도 멀리서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중요한 것은 밤꽃이 피는 것은 봤는데 잣꽃이 피는 것을 놓쳤다는 점이다 잣나무가 어떤꽃을 피우길래 잣을 맺는지 볼 기회를 놓쳤다 아니 뻔히 보고도 그게 잣나무 꽃인줄 몰랐다
마치 소나무 솔꽃인것처럼 피지만 자세히 보면 다른 잣꽃을 인터넷으로 보면서 이미 수없이 봐왔던 꽃이고 그 잎이나 꽃이나 소나무와 잣나무는 가지를 싸고 있는 모습이 다르긴 하지만 사촌쯤이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잣나무가 꼭대기에만 열매를 다는 이유는 무엇일까 햇살이 근본적이긴 하겠지만 아마도 생존방식이 아닐까 인간의 손이 다ㅓㅎ지 않기를 바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