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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구슬

by 김지숙 작가의 집

유리구슬



다이소 취미생활 코너에 가면 유리구슬을 보게 된다 내게 유리구슬은 어린 오빠를 떠올리는 매개가 된다 골목대장이었던 오빠는 유달리 총명하고 의리가 강해 친구들에게 나름의 실력을 인정받았다 왜냐하면 그 중 하나가 구슬치기와 짤짜리를 아주 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네에서 구슬을 원안에 넣고 멀리서 쳐 밖으로 꺼내는 구슬치기와 손안에 구슬이 몇개가 들어있는지를 알아내는 구슬짤짤이 놀이를 했다하면 오빠는 늘 따기만했고 그 실력을 이겨내는 동네 아이들은 아무도 없었기에 아이들은 오빠를 따라다녔다

그렇게 따 모은 구슬을 오빠는 집 마당의 한구석에 땅을 파서 나무상자 속에 구슬을 넣어 모으곤 했다 그런데 어느날 아버지께서 무얼 심으려고 땅을 파다가 땅속에서 나온 상잣속 구슬이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자초지종을 듣고는 오빠는 그 구슬을 모두 가지고 나가서 아이들에게 다시 나눠 주고 돌아왔다 공직자로서 대쪽같은 성품의 아버지께서는 오빠가 구슬치기 놀이나 바바위꾼이나 하던 짤짜리 놀이 에서 수많은 구슬을 쌓아놓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셨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오빠의 얼굴은 아무런 불편없이 여전히 편안했다 왜냐하면 하루 이틀이면 그 구슬은 다시 오빠의 손에 다 들어 오게 되어 있고 오빠는 또 다른 장소에 구슬을 묻어둘 것이기 때문이었다

나름 나는 그런 든든한 오빠를 둔 것이 자랑스러웠고 나는 많은 유리구슬을 가지고 공기놀이도 짤짤이 놀이도 할 수 있는 특혜를 받았다 알사탕처럼 생긴 유리구슬로 이런저런 놀이를 하기도 했다 아이들과 놀면서 내가 유리구슬을 잃어도 오빠가 다시 따서는 빈 자리를 보태줬다 그래서 항상 나의 놀이에서 유리구슬은 일정한 양이 있었다 생각해 보면 유리구슬도 놀이꺼리가 없었던 당시 꽤나 멋진 놀이를 제공하는 장난감이었고 오빠는 나의 놀이세계에서 아주 든든한 후견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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