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구경

by 김지숙 작가의 집



펜션 공동현관문을 나서면 바로 앞집의 뽕나무가 울타리를 넘어와 오디가 까맣게 떨어져 있다. 뽕나무 옆으로는 감나무 오동나무 가 울타리를 휘우둠 넘어서 우리 쪽으로 넘어와 있다. 초봄에는 무슨 나무인지 궁금했던 나무가 오동나무였다 현관문을 나서서 앞마당으로 가면 자작나무 숲이 나온다 자작나무는 굵지 않고 양손으로 잡으면 잡힐 만큼의 두께로 제법 숲을 이루고 있다. 소나무 잣나무도 사이좋게 어우러져 있다 봄이면 찔레꽃이 피어 숲 초입의 정경을 만든다

1층 앞 작은 텃밭은 1층 남자가 가꾸는데 호박넝쿨이 아주 탐스럽고 꽃이 넉넉하게 마당을 뒤덮고 있다. 고추 상추 옥수수를 심어 둔 옥수수가 제법 자랐다 시골스럽다

숲으로 3분 정도 걸어 들어가면 바다가 보이는 막다른 언덕이 보인다 그리고 그 끝은 군부대가 지키고 있다

펜션 문 밖을 나서면 입구부터 왼쪽으로는 두릅이 몇 그루 있고 지금은 배롱나무가 한창 예쁘게 꽃을 피운다 과꽃이 듬성듬성 피우고 벌개미취 쉬땅나무 미국자리공 찔레가 군데군데 자란다 좀 더 걸어 나가면 작은 복숭아나무 방아 오리나무가 자리 잡고 있다.

대로변을 따라가면 왼쪽으로 편백나무가 열매를 맺고 있다. 쭉 따라 10분 정도 걸어 내려가면 정동진 바닷가에 이른다 정동진 바닷가에는 모래시계가 있고 오래된 기차를 활용한 시간 박물관이 있다

사거리를 지나 오른쪽은 부챗길로 접어드는 길이자 배 모양 호텔로 유명한 썬크루즈 호텔로 접어든다 이 길로 들면 좌로는 작은 숲이 이어진다 이 숲에는 산앵도가 떨어져 곳곳에 어린 산앵도 나무를 키우고 있고, 철망이 처져 있는 곳을 들여다보면 배나무가 배를 제법 많이 달았다 지금은 나리가 한창 피고 있다. 박하가 연보리 빛 꽃을 피우고 애기원추리가 적당히 어우러져 정말 잘 어울린다 지난봄에는 둥근 다섯 잎을 지닌 연분홍 철쭉꽃에 무척 설레기도 했다

오른편으로는 주로 식당 펜션이 몇 집 자리 잡고 있다. 마당에는 복숭아 매실 사과를 맺고 있고 엄나무 두릅 호박 대추 울리 등이 예쁘게 자라는 중이다

이곳은 산이 가팔라서 경상도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 있다 경상도 같으면 그냥 둘 만한 빈 땅도 여기서는 모두 작물을 심는다 그것도 경계망을 단단히 쳐서 작물을 들여다보기도 힘든 곳도 있다. 들짐승의 진입을 막자는 건지 사람들의 나쁜 손길을 막자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조금만 평평해도 땅은 논이 된다 가파른 경사지를 제외한 비스듬한 땅은 한 평도 그냥 두지 않고 옥수수나 감자를 심고 있다. 놀고 있는 땅이 없다는 점이 참 신기했다.

처음 생각처럼 내가 나다니며 놀 수 있는 곳은 그다지 없다 이 점이 심심할 수밖에 없다 그저 바라보는 자연으로 놔둬야 하는 곳이 이곳이다

이다금씩 들려오는 총소리는 군부대가 가깝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산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산은 그저 바라보는 산일뿐 들어서서 뭔가를 하기에는 쉽지 않다는 점이 여기서 살아가며 느낀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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