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충만

by 김지숙 작가의 집

벌레


도심에서 떨어져 살수록 벌레와는 점점 가까워진다

이곳의 벌레는 수도 종류도 만만찮다 우선 가장 경악한 벌레는 커다란 말벌이다 베란다 창에 붙어 있다 황급히 베란다로 나가는 문을 닫고 어디서 들어왔나 살피던 중 베란다 천정에 투명 플라스틱 이음새 부분이 온도가 올라가면 같이 올라갔다가 온도가 내려오면 딱 붙어서 여간 신경 써서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그 사이로 들어온 말벌을 쫓아내려고 용기를 내어 반대편 방충망을 열었더니 어느새 나가고 없다 실리콘 건과 실리콘을 사서 그곳을 메웠다.


다음날 다시 새벽 베란다로 나가는 문에 새까맣게 모기떼가 붙어 있다. 이렇게 많은 모기떼들이 한방향을 바라보고 유리문에 붙어있는 것을 집안에서는 단 한번도 본적이 없다 모기향을 피우긴 했지만 그러고도 한군데도 안물렸다는게 정말 신기하다

어느 틈에 들어왔는지 자고 일어나서 어렴풋이 보기에는 날파리인 줄 알았는데 수십 마리의 모리 떼가 베란다 문에 그리고 바깥 베란다 창문에 새까맣게 붙어 있다. 다행히 밤에 방문을 닫고 자서인지 모기에게 물리지는 않았다

그런데 모기는 아침에 일어나서 불을 켜지 않은 상태로 모기망을 잘 살피면 그곳에 붙어있다 일단 불을 켜면 모기들을 어두운 곳으로 숨는다 저 모기떼를 어떻게 퇴치할까 고민할 겨를 없이 모기채를 휘둘렀다 대부분의 모기는 잡았지만 몇 마리는 간 곳이 없다

그 많은 모기가 어떻게 들어왔을까 메워던 틈에 실리콘이 날이 워낙 더워서인지 흘러내리고 투명 지붕이 열기에 붕 떠서 다시 작은 틈이 생긴 것이다 실리콘으로 다시 그곳을 메웠다. 더 이상 들어오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문제의 하나는 반짝이는 청동색을 띤 통통한 파리가 제일 골칫거리이다 아래층에서 호박을 키우느라고 호박 구덩이에 개똥을 넣어서인지 파리떼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서는 날쌔게 집안으로 따라 들어온다 그러고는 잡을 틈을 주지 정신없이 날아다니다가는 베란다 창에 부딪쳐 죽어버린다 참...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난감이다

또 다른 벌레는 사마귀다 한 번은 나들이하느라고 차에 올랐는데 제일 징그럽게 생각하는 커다란 사마귀가 바로 차 앞 유리창 한가운데 정면으로 붙어있다 어릴 적 소꿉놀이를 하면서 사마귀가 정원의 풀밭에서 기어 나오면 '사마귀가 눈에 오줌을 싸면 눈이 봉사된다'는 말도 아닌 말을 들으면서 소꿉놀이를 파장하고 달아나던 공포를 가져다준 벌레이다

그런 기억이 있어서인지 유달리 사마귀를 싫어한다 차가 달리면 알아서 날아가겠지 생각하고 달렸다 그런데 시속 60km으로 달려도 도대체 발바닥에 뭘 붙여 놓은 것인지 날아갈 생각이 없다 정말 대단하다 할 수 없이 노견에 차를 세우고 근처 작대기를 가져다가 멀리 던졌다

그런데 이런 벌레쯤은 여름을 한 번 보내고 나면 아무것도 아닐 것 같다 벌써부터 내공이 생기는 건지도 모르겠다 앞집에 켜놓은 건물 외각의 전등불에 나방이 수없이 날아들어 마당에 떨어져 죽어 있는 걸 보면서 '여기 정말 시골 맞네'라는 생각을 한다

얼마 전 귀농해서 농사를 짓는 지인이 모기 깎다고에 물리지 않으려고 한 여름에도 겨울 옷을 입고 일을 하는데 일을 하고 나면 땀이 범벅이 되어 버린다는 말을 들었다. 특히 깍다구는 한번 물리면 피가 날 정도로 아프다고 한다 깍다구를 아직은 본 적이 없지만 벌레쯤에 주눅이 들어서야 시골 살겠다는 마음은 단박에 버려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두어번쯕 여름을 보내고 나면 어지간한 벌레들은 무시할 것 같다


그래 이번에는 너야? 라고 말하면서 여유롭게 그렇게 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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