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by 김지숙 작가의 집

책상




어린 시절 우리집에서 함부로 가면 안되는 곳이 아버지의 책상이 있는 곳이다 책상이 있던 방에는 책장과 책들이 꽂혀 있었고 책상은 양쪽으로 서랍이 서너개씩 있었고 주물로 만든 손잡이가 달려 있었다 그 책상 서랍은 늘 잠겨 있었고 책상 위에는 두꺼운 유리가 깔려 있었으며 아주 무겁고 커다란 나무로 만든 책상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숨박꼭질을 할 때에 늘 숨기 좋은 곳이 바로 아버지의 책상 아래 빈공간이었다 회전의자를 밀어넣으면 아무도 그 속에 누군가가 숨어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곳이었다 책상이 커서인지 내가 작아서인지 우리들이 서너명을 족히 들어가도 될만한 공간이 나왔으므로 우리들은 자주 그 공간을 선호했다

자라면서 우리 형제자매는 그다지 혼이 난 기억이 없어다 하지만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학교에 들어가기전 남동생과 무슨 사소한 일로 서로 싸우면서 엄마에게 크게 혼이 났고 왜 나만 혼을 내는건지에 대한 불만으로 책상 아래 들어가서는 울다가 잠이 들었던 적이 있었다 아무도 내가 거기 들어갔으리라고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지 저녁 때가 되어서도 내가 나타나지 않아서 식구들이 나를 찾으러 온동네를 돌아다녔다

그런데 밤이 늦도록 나나지 않았고 식구들은 모두 걱정이 되었고 아버지는 나만 혼을 냈다는 말에 아주 크게 역정을 내셨다고 했다 책상 아래서 한참을 자고 있는데 회전의자가 스르륵 돌아가면서 아버지의 발이 들어왔고 나는 잠에서 깨어 났다

어린 시절의 나는 그날 이후로 단 한번도 남녀 차별을 당하지 않고 자랐다 그건 아버지의 엄명이었고 엄마도 감히 어길 수 없는 우리 집의 철칙이 되었다 덕분에 나는 같은 잘못을 하고 나면 같은 벌을 받거나 잘하면 같은 칭찬을 받으며 성장했다 책상 안으로의 도피가 가져다 준 행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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