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by 김지숙 작가의 집

김장



김장하는 날은 온 동네가 같이 배추를 사고 절이는 편이었다 앞집 옆집 할 것 없이 시장에서 배추를 배달해 오면 봄철에 절인 멸치액젓을 달이는데 그 냄새가 지독했다 젓갈 끓이는 냄새가 진동을 하는 집은 며칠 내에 김장을 하곤 했다

시장상인이 마당에 배추를 100 포기 가량을 쌓아두면 배추를 일일이 반으로 갈라 장독대 옆 물탱크에 절이고 다 절여진 배추는 씻어 물을 빼는 동안 다음 배추를 절이는 방식으로 배추를 절이는 일도 이틀은 족히 걸리는 것 같았다

굴김치는 가장 먼저 먹는 김치라 간을 약하게 학고 잘 절여진 노란 배추 속잎에 굴 한 젓가락을 올려 먹는 맛은 지금도 여전히 입안에서 침을 돌게 만든다 김치를 담글 때에는 배추를 잘 절이느냐와 양념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 집 김치는 별것을 넣지는 않은 듯보였지만 각종 생선젓갈을 종류별로 넣었다 조기젓갈 갈치젓갈 전어젓갈 굴젓 등을 각각 넣고 시간대별로 먹었다

내가 가장 좋아가는 김치는 아무 생선도 넣지 않은 그냥 맑은 까나리와 멸치액젓을 넣은 김치였다 이 김치는 맨 나중에 먹는 것이라 좀 짜게 간을 한다 하지만 한두 포기는 간을 약하게 하여 겉절이처럼 익을 동안 먹기도 했다

김장하는 날은 아이들이 더 신이 났다 학교를 다녀오면 김장하는 날은 며칠 동안은 이 집 저 집에서 돌아가며 밥을 먹곤 했다 밥을 먹고 나면 너나 할 것 없이 김장하는 일에 매달린다 크고 작은 심부름을 하고 이웃이 돌아가면서 품앗이를 하면서 집집마다 김장을 하는 데 평소에 잘 어울리는 집끼리 하기 때문에 아이들도 맘대로 드나들면서 점심이건 저녁도 김장김치로 밥을 함께 먹곤 했다

명절이 친지와의 교류를 갖는 시기라면 김장날은 평소 친한 이웃과 교류를 하는 날이었다 우리 집도 예외가 아니어서 아랫채 사는 사람들과 옆집 친구 엄마가 가장 자주 크고 작은 일들을 도와주곤 했다

요즈음은 그런 김장하는 풍경을 접하기는 쉽지 않다 사람들이 수십 포기를 김장하는 경우를 본 적도 없지만 지금의 나는 김치를 담그지 않기 때문이다 tv에서 김장하는 것을 보면서 어릴 적 김장하던 날을 떠올리게 된다 짧지 않은 세월이지만 식생활도 참 많이 변했다 요즘아이들은 김치 없이도 밥을 잘 먹는다 세대차를 김치로 느끼고 김장으로 확인한다 머잖아 아이들은 김장이라는 단어조차도 옛날 사람들이 하는 일로 기억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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