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이 「砂伐의 비화」

시대정신의 힘2

꽃냄새 숨어있는 바구니 속에다

하얀 조개를 줍는 여자

햇볓 눈부시는 모래 밭 우

발자욱이 소루룩 소루룩 허물어진다

쌓어올린 어린 날의 모래성과도 같이

옅은 자욱만 남기고

밤하늘 총총한 별세기 내기

아롱지는 들판에

잃어버린 노래를 찾이련인가

-이소이 「砂伐의 비화」

서정시에서 자신을 언술의 대상으로 삼은 경우에는 외부세계를 통해 내면으로 다가가는 방식을 택하기도 한다 외부의 세계 즉 자연을 전경화하여 정감을 표현하는 가운데 화자자신을 초월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반성허거나 자각하려는 의도를 드러낸다 외부의 자연을 자신과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이를 통해 자기 내면을 바라보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한다 이러한 언술 방식은 자기 독백적 일방적인 서정성을 드러 내는 방식이 된다

이소이의｢砂伐의 비화｣<여성신문>(1950.2.10)를 더 들 수 있다 이 시에서는 그리운 님이지만 너무 멀리 있어 가까이 다가 갈 수 없다 그리고 바닷가에서 조개를 줍는 모습을 통해 어린 날의 모래성을 쌓던 추억을 떠올리는 자연정경 속에서 과거처럼 정오의 눈부신 태양이 떠오르고 아이마냥 조개를 줍는 화자의 모습이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