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 울 때
눈부비며 눈부비며
눈물이랑 씻으며 울었더니라
색깔 억새 논드럭이랑
절ㅅ끝도 시집간 우리 누님보고 집어
그놈의 산비둘기 울기도 울어
뒹굴다가 뒹굴다가
우리 님도 보고 집어 울었더니라
-서정태의 「소년」
이 경우에서 특히 자연과 화자의 내면적 상징성를 결부지어 표현하는데
이 시에서는 쑥꾹새의 울음소리를 화자(=시인)의 순수 서정과 결부지어 애틋함을 키우고 있다 서정이라는 대상이라기보다는 대상에서 우러나오는 기쁨 슬픔 그리움 괴로움 희망 절망과 같은 다양한 감성이 환기된 정서를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어떤 자연과의 체험을 바탕으로 하는 현실이 서정적 현실로 다가올 때 비로소 그 서정적 현실은 정서를 띠고 감동으로 나아가게 된다
누님과 님의 부제를 견디던 힘이 바로 쑥꾹새 울음으로 끝내 참아내지 못하고 화자 역시 울게 되는 그리움이라는 정서의 공감을 쑥꾹새와 공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화자의 현실 체험이 강조되고 이 감성이 주가 되는 서정을 띠는 이 시에서 역시 그리움은 대상이 조금 다르지만 서정태의 「소년」<가정신문>(1946.7.23)에서도 나타나며 이에서 화자는 시집간 누나에 대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
그리움이라는 서정성을 주로 하는 이 시에서는 현실의 상황의 한계를 경험하고 있으며 이는 내적 성찰로 이어진다 현실과 이상의 상황을 극복하려는 의지보다는 오히려 이 감정이 뻐꾸기의 울음소리로 균열되고 격앙되어 내면의 그리움이 누님과 님에 이르기까지 고양되는 상황에 이른다
현실 앞에 존재하는 쑥꾹새라는 작고 보잘 것 없는 자연물을 대상으로 화자에게 주어진 상황을 형상화하는 작업으로 내면 깊은 감성을 표현한다 즉 눈앞에 보이는 현실의 체험이 서정성을 지닌 현실이 되는 순간 스스로에게 감동으로 다가오게 된다 일상 속에서 생생한 체험을 풍부한 서정성에 힘입어 구체적인 정서로 표현된다 그리움이라는 서정성은 당대 현실의 시점에서 누구에게나 공감을 형성하기에 충분한 보편적인 감성이기도 하지만 특별히 당대 현실의 특수성이 감안된 혼란함을 생각한다면 사방의 조용한 자연 속에서 듣는 쑥꾹새의 울음소리는 처연한 화자의 현실을 서정적 현실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