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철지붕

by 김지숙 작가의 집

양철지붕




어릴적 살던 곳에 흐르는 고랑가에 줄지어 지어진 집에 살던 사람들의 집지붕은 주로 양철지붕을 얹었다 대부분이 회색이나 그 비슷한 눈에 띠지 않는 색이었지만 딱 한집은 자주 색이 바뀌곤 했다 그 집 아버지는 함석일을 하였고 영철지붕을 올리는 일을 전문으로 하던 사람이었다

양철지붕을 올린 집들 가운데는 가장 잘 사는 집이었다 당시에는 다들 비슷비스한 또래들이 집집마다 자라고 있어 같은 반이거나 다른 반이라 등하교길에 만나서 길을 가곤 했다 그 집은 유난히 딸들이 많았다 아마도 일곱명 정도 되는 딸들이 있었고 끝에서 두번째가 아들이었다 남존여비사상이 심했던 시절이라 이 아들은 아주 동네에서도 유먕할 만큼 귀한 대접을 받고 자랐다 울음소리가 들릴 겨를이 없이 누나들이 늘 업어 키웠다

이 아들은 자라면서도 동네에서까지 귀한 자식이라는 소문으로 함부로 때리지도 싸우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그 아이의 뒤에는 커다란 톱과 망치 등 양철지붕을 다루기 위한 도구를 가지고 다니는 아버지의 험상궂은 표정이 늘 함께 했기 때문이었다

금지옥엽이 아마도 그집 아들을 두고 한 말이 아니었을까 다른집들은 지붕이 새거나 날아갈즈음에야 바꾸는데 이 집은 지붕을 참 자주 바꿨다 그것도 붉은 색이나 다른 칠을 하곤해서 유난히 눈에 났다 그래서 사람들은 양철지불 아들 하면 그집 3대째 외동아들인 그 아이를 떠올렸다

어느 해 여름 방학. 그 외동아들은 중학교를 가게 되었고 키도 또래보다 훨씬크고 아마도 우리 동네에서는 인물좋다고 입쌀에 오르내렸다 우리는 여전히 국민학생이었다 그집 아들 바로 아래 막둥이가 나와 같은 반이라 학교를 함게 다녔다 그집 막둥이였던 내 친구가 오빠를 따라 물놀이를 가고 싶었는데, 저혼자 친구들이랑 갔다고 울고 있었다

막둥이와 나 다른 또래 아이들이랑 술래잡기하자고 하면서 산동네로 놀러갔고 돌아와 보니 양철지붕은 떠날갈 듯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알고 보니 그 집 외동 아들이 물놀이를 갔다가 물에빠져서 영영 돌아오지 못하게 되었던 것이다 막둥이 내 친구도 덩달아 울고 그 집은 한동안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더니 어느날 조용하 이사를 가버렸다 그리고 집은 헐리고 그 집이 있던 땅에는 새로 양옥집이 들어섰다 집은 사라졌지만 우리집 대문을 나서면 오른편으로 흐르던 고랑가에 있던 그 집을 학교가는 길에 늘 보게 되었고 친구였던 막둥이를 가끔씩 생각하기도 했다

요즘도 가끔 양철 지붕집을 보면 외동아들 때문에 천덕꾸러기가 된 막둥이는 젖혀두고 금지옥엽 다 큰 아들을 업고 다니던 그집 식구들이 생각나곤 한다 오빠의 그늘에서 한번도 귀한 대접을 못받고 코를 줄줄 흘리며 늘 동네 이집 저집을 기웃대며 빙빙 돌던 친구 막둥이가 생각난다 잘 살고 있겠지...잘 살고 있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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