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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사에서 상원사 가는 길

by 김지숙 작가의 집

단풍놀이



월정사에서 상원사 가는 길을 택해서 걷기로 했다 9-10킬로 정도 거리이다 지난봄에 걸어보니 나름 걷기도 괜찮았고 때마침 단풍이 곧 절정이라는데 강원도에 머무는 동안 한 번은 더 가야겠다 싶어서 목적지로 향했다

입구에서부터 차가 밀리기 시작했고 5분 정도 걸려서 매표소에 도착하니 매표소 직원 말이 안에 차 댈 곳이 없어서 돌아 나와야 할지 모르니 주차비를 안 받는다고 일단 들어가 보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주차장에는 차를 댈 곳은 없었다 대형버스들도 수없이 많이 있었다 할 수 없이 상원사 방향으로 차를 몰고 갔는데 가는 길 구석구석에 차를 다 대놔서 어쩔 수 없이 상원사와 월정사 중간 지점에 차를 대고 월정사 방향으로 갔다가 되돌아오는 코스를 택했다 달리 야외에서 도시락을 먹을 공간이 없어서 차에서 먹고는 길을 나섰다

중간에 있는 화장실에는 줄을 얼마나 많이 서 있는지 남자 화장실까지 여자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화장실 안에도 사용한 화장지가 산을 이루고 있어서 위태위태했다 지난봄에 왔던 기억으로 별생각 없이 다시 왔는데 그게 아니었다

선재길을 따라 걷는데 사람이 앞뒤로 너무 많고 뒷사람이 기침을 하면 그 느낌이 바로 와닿을 만큼 다닥다닥 붙어서 걸어가야 했다 이러다가 한번 밀리면 도미노처럼 쓰러질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또 앞사람이 발을 헛디뎌 쓰러지면서 뒷사람이 미끄러지는 광경도 목격했다 불안불해 하면서 걷다가 단풍이 예쁜 물가에 이르면 너도 나도 사진을 찍느라 길이 없이 몰려들어 혼란스러웠다 강원도에 살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은 본 적이 없었다

지난봄 경포호에서도 사람들이 몰려 있었지만 거기에 비하면 이건 정말 비교가 안될 지경이었다 월정시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길은 선재길이 아니라 차가 다니는 도로를 걸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꽤 있었다 사람이 너무 많다 보니 선재길을 피하여 넓은 길을 택해 걸었다

선재길 단풍도 단풍이지만 사람들 따라 걷느라 단풍 구경은 제대로 못한 것 같다 가끔 다리나 섶다리 위에서 잠시 틈을 빠져나와 사람들을 보내고 나서 다시 걸으면서 사진도 찍고 단풍을 감상했다 주차장이 아니라 중간에 있는 버스 정류장 옆에 차를 댄 것은 정말 그나마 잘 판단한 것 같다

무사히 단풍구경을 하고 왔다 오대산 단풍은 정말 고왔다 물이 좋아서인지 공기가 맑아서인지 모르겠지만 잠시잠깐 눈을 돌려 바라보는 단풍과 가을하늘은 잊히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계곡과 단풍 간간히 말을 섞으면서 오고 가는 사람들의 감탄사 등을 들으며 걷던 선재길과 황톳길에서 이번 가을은 행복하다 내려오는 길목에 파는 고무신을 찍었다 지나가던 사람이 하는 말이 들린다

자기 손주 하나 사 줬더니 유치원에 신고가서 인기가 꽤 많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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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사에서 상원사로 가는 계곡 옆길


월정사에서 상원사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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