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 은행나무숲
어제 일정에서 갔어야 할 곳인데 한계령을 두 번 오가는 바람에 입장 시간을 놓치고 길을 잃는 바람에 홍천 은행나무숲을 오늘 오게 되었다 운두령을 지나 구룡령을 넘어 정말 멀미가 나게 꼬불꼬불거리는 산길을 오르내리면서 이렇게 먼 곳 숲 속에 은행나무를 심고 가꾼 사람의 마음을 무엇일까 생각했다
나무를 심는 일은 삼대를 생각해서 하는 원대한 사업이다 그랬다면 은행나무 숲을 만든 이는 삼대를 넘어 생각하고 심고 가꾼 것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절정기를 넘었지만 주차장의 은행나무들이 무성한 것으로 미루어 아직도 은행나무가 남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은행나무 숲으로 향했다
어이없게도 은행잎은 하나도 달려있지 않았다 입구 쪽 한그루만 그다지 예쁘지 않은 모습을 하고 잎을 달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그 나무 아래서 사진을 찍느라고 빈틈이 없었다 포기를 하고 가장 먼 쪽으로 한 바퀴 돌기로 했다
그런데 정말 아름다운 단풍들을 거기서 만났다 어제오늘 다녀본 가운데 제일 예쁜 단풍들을 여기서 만나다니 은행은 없지만 색이 고운 단풍을 보면서 그래도 빈 눈으로 보내지 않고 이렇게 대접을 잘 받는다는 느낌이다 사람들은 잘 모르는지 이곳 계곡 가까운 곳까지 많이는 내려오지는 않았다 그런데 한 사람이 단풍잎에 마치 벌처럼 붙어서 접사 사진을 찍는지 도무지 떨어지지 않았다
한참을 기다리다 그냥 그 사람도 넣어 단풍 사진을 찍었다 이곳저곳을 돌며 바닥은 주로 클로버와 단풍잎이 차지하고 있고 군데군데 두릅도 보이고 계곡을 내려가면 이곳에서만 보이는 계곡과 접하는 부분이 있어 정말 좋았다
아쉬운 점은 개방하는 시기가 10월 한 달이고 시간은 아침 열 시에서 다섯 시까지이며 무료이다 사유지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조차도 무척이나 감사한 일이다 입구에는 지역농산물을 팔거나 동동주 시식을 하거나 다양한 염색체험 등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마치 잔칫집을 연상하고 있었다 은행나무에 달린 은행잎 수보다 더 많은 관광객들을 보면서 너무 잘 가꾸어 놓은 은행나무 숲을 보면서 언젠가는 시기를 잘 잡아 다시 보러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입구에서 옆으로 나 있는 달둔길이 나온다 달을 둔 길인가 해서 걸었다 아직은 달이 뜰 시간이 아니라서인지 대신 국화가 많이 피어있고 블루베리 농원이 자리 잡고 있고 한쪽으로는 계곡이 있는 한적하고 따뜻한 길이 나 있었다 한참을 걷다가 되돌아왔다 우리가 걸으니 다른 사람도 뒤따라 오는 바람에 좁은 길이 만원이었다
뭔가 허전한 은행나무숲을 돌아보다 그냥 가기 뭣해서 삼봉자연휴양림에 들렀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숲길로 이어졌고 입구에 다다르니 차가 몇 대 없이 한산하고 적적했다 역시 휴양림은 여름휴가 때가 성수기인가 딱히 볼거리는 없었고 단풍도 그다지 볼거리는 없었다 이미 다지고 마르고 그냥 마른 낙엽으로 떵에 떨어져 있거나 나뭇가지에 갸우 붙어있거나 한다
군데군데 산아래 놓인 한적한 의자에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곳 산 정상으로 오르는 숲길을 걷기에는 시간대가 늦어 잠깐 이 일대를 돌아보고는 그대로 다시 돌아 나왔다
강원도의 매력은 아마도 단풍철인 2주간이 아닐까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남가든 여자든 좋은 시기 사랑의 시기가 고작 1-2년이라는데 주말 부부라면 좀 더 긴 세월을 가질 테고 그 기간이 지나면 이해와 정으로 살아간다는데 강원도 단풍은 매년 52주 중 2주는 정말 아름답고 마음을 쏙 빼놓는 시기라는 점을 보면 인간에 대한 사랑과는 또 다른 사랑의 시기가 자연에 있다는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