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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석마을

by 김지숙 작가의 집

비석마을




아미산 산복도로 옆 공동묘지 피란민들

하나둘 기우듬히 모여들었다

배고픔과 추위에 누울 자리 찾고 보니

주인 묘연한 묘지석 담장 쌓고

각진 상석 계단 삼고 비석모양 앙바틈하게 맞춰

옹벽 주춧돌 삼아 집 지었다

살 자리 내어 준 고마움과 미안함 담아

제를 지내 위로하며

지나간 삶과 죽음 한 몸에 담고

모도록이 살아가는 비석마을 사람들




아미동 산복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일제 강점기에 들어선 공동묘지위에 만들어진 비석마을이 나온다 공동묘지의 비석들은 계단이나 담장으로 사용되어 한국전쟁으로 피난온 사람들이 잘 곳이 달리 없어 이곳을 터전으로 삼아 지금껏 살아간다

리곳은 산자와 죽은자가 한공간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여러 괴담들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갑자기 쫓겨난 일본인들이 죽은 사람의 묘를 파갈 생각은 하지 못하고 피난온 사람들이 비석들을 들면 소리를 들었다거나 뼈를 봤다거나 하는 말들이 전해진다 하지만 요즘 그곳에 가면 그냥 한적하고 조용하다 문화마을이라는 이름을 달고는 간혹 사람들이 찾아들기도 한다 음력 7월 15일 백중에는 일본인 위령제를 지낸다 적이라 할지라도 죽어 묻힌 자들은 영문을 모르는 채 죽은 불쌍한 그 나라의 백성이라는 점을 들어 그렇게 이해하고 제사를 지내나 보다

임시수도기념관에서 비석마을까지는 무료로 셔틀버스가 운행된다고는 하지만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아 그냥 걷기로 했다 죽은 자와 산지가 한 공간에서 이렇게 살아가는 것은 드문 일이다 비석을 축대로 삼은 건축물은 특이하다 가보지 않고는 그 느낌이 어떻다고 쉽게 말할 수 없다

다만 얼마나 급박하면 이곳에 터전을 삼고 살았을까 그 다급한 마음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심정들을 이곳저곳에 무심한 듯 박혀 있는 비석을 보면서 새삼 느끼게 된다 수밖에 없는 심정들을 이곳저곳에 무심한 듯 박혀 있는 비석을 보면서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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