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by 김지숙 작가의 집

텃밭일기


펜션 앞마당에는 누군가가 사용하던 텃밭이 있다 관리인에게 물으니 경작해도 된단다 아무도 손대지 않은 곳이라 커다란 포부를 갖고 처음으로 용기를 내어 텃밭을 가꾸려고 처음 삽질을 했다

생각보다 비가 오지 않은 땅이 파기 쉽지 않다는 걸 몰랐다 헛발질이 심하다 삽질이라고는 처음 하는 거니 당연하다 에이 그냥 삽을 던져버렸다 다행히 누군가가 손바닥만 한 산부추 밭을 만들어 놓고 그 옆 밭에는 명이 나물도 심고는 관리하지 않고 풀이 무성한 채 파묻혀 있었다

일단 이 땅을 찜해서 텃밭의 경계를 만들고 농사라고는 지어본 적이 없지만 용기를 내어 개망초 쑥 쇠뜨기 민들레 등을 뽑아 밭의 형태를 찾았다 매일 해거름에 물을 주고 상추 쑥갓 깻잎 모종 등을 사다가 심었는데 생각처럼 잘 자라지 않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주변에서 농작물을 심는 사람들은 작물을 심기 전에 계분을 먼저 흙 위에 뿌리고 나서 모종을 심었다 여기 땅은 대체로 진흙 덩어리라 작물이 뿌리내리기 쉽지 않았다 작물이 자라는 속도보다 풀들이 자라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도무지 풀 제거 작업을 할 수 없어 당분간 텃밭을 포기하고 베란다 텃밭으로 갈아타기로 했다

미련이 남아서 간혹 복숭아 씨 사과씨 참외씨 단호박 씨들을 모아서 뭉텅뭉텅 텃밭의 속살에 심어둔다 풀이 너무 자라서 멀리서 바라보면 호박과 참외는 절로 줄기를 내고 꽃을 피워 주변의 나뭇가지에 타고 오른다 가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열매도 맺지 않았을까

서리가 내리기만 기다린다 그러면 풀들이 자연히 사라지고 땅을 밟고 다니기가 수월할 것 같다 처음 볼 때처럼 두메부추며 명이나물이 잘 번지고 있을지 참외와 호박은 열매를 가졌을지 궁금하지만 들어갈 수가 없다

나의 텃밭은 시작하자마자 끝난 걸까 내년에 또다시 미련을 가지고 조금 더 현명하게 길을 내어 밭을 가꿀까 나도 내 마음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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