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산

by 김지숙 작가의 집

용두산



용머리산에 서서 바다 건너보면

범전동 범내골에 득시글한 호랑이

초량항 헤엄쳐 절영도 목마장 말 잡아먹고

쫓기다가 벼랑에서 바다로 뛰어들어

해초류 머리 위에 다래다래 얹고

바다 건너와 용두산 오를 즈음 ‘호랑이다’

소리에 무사가 총을 쏘면

용두산 숲으로 깊이 숨어들어 비틀거리다 죽는

검은 호랑이



아마도 호랑이 담배피우던 시절의 이야기가 아닐까 용두산 앞이 모드 바다였던 시절이니 용두산에 관한 전설같은 이야기들이 구전되어 오지만 실제 요즘의 도심 한가운데를 턱하니 차지하고 있는 용두산을 올라보면 정말 범전동 일대와 범내골 일대가 한 눈에 들어온다

예전에는 그럴만 했겠다는 공감도 자아낸다 용두산 공원은 남포동이 전성기시절이었던 30-40년전에 자주 갔던 곳이다 그대와 그다지 달라진 건 없다 그래도 관광의 목적으로 부산을 찾는다면 용두산에 올라 부산의 전경을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부산의 속살을 보려면 남포동을 찾는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요즘은 영화의 거리에는 사람들이 꽤 북적이지만 예전에는 옛미화당 앞거리와 고갈비를 팔던 뒷길에 사람들이 북적였다 지금은 옛생각을 하고 그곳을 가보면 한산하다 상권이 서면으로 서면에서 부산대 앞으로 거기서 인터넷으로 주요 상권이 넘어가면서 분산되어 젊은이들 보다는 외국인들이 눈에 들어온다

용두산 전망대에 올랐다가 내려오면 종각우동이 생각났다 아직도 하고 있나 긴 세월을 넘어 그 자리에서 건물과 함께 늙어가는 종각우동을 먹고 고갈비 골목을 둘러 보고 남포동 먹자 골목의 비밈당면거리를 지나왔다 여전히 그대로다 간혹 사람들이 앉아서 먹고는 있지만 예전처럼 자리를 기다려서 먹는 곳은 드물다 영화의 거리로 들어서 씨앗 호떡을 파는 곳을 지나 자갈치로 향했다 자갈치에는 장어구이를 자주 먹던 생각이 나서 한번 돌아보고 싶었다

여전히 가게에서는 장어구이 냄새를 풍기지만 사람들이 없어 한산하고 식당 주인들은 길거리에 나와서 호객행위를 한다 새로 지어진 자갈치 건물 맞은 편에 작은 식당들은 그나마 예전의 향수를 부러일으키곤 한다 자갈치 시장 앞 작은 도로변에는 미군복 같은 군대용품을 파는 집이 꽤 있었는데 지금은 한군데 정도 남아 있다

거기서 더 서면 방면으로 걸어가면 건너편으로 남포문고가 있다 남포문고는 예전의 모습이 없고 새로 지은 건물에 잘 차려져 있다 다시 길을 거넌면 롯데 백화점남포점이 있고 백화점 건물 옥상에 올라가면 오후 2시 영도 다리가 열리는 광경을 볼 수 았다

용두산 일대를 둘러보고 집으로 행하는 발걸음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사람도 삭아가지만 세월에 삭지 않는 것은 없다 생노병사의 과정을 거쳐 사라지기도 하지만 그 과정이 없이 느닷없이 사라지기도 한다 그래도 세월과 더불어 천천하 삭아가는 광경. 나이가 들었으니까 그래 나이가 들어가니까 세월의 무상함은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닐테니 서글프긴 하지만 안심이 된다 그 한 자리에서 늙어가는 것들은 사람이든 상점이든 추억이든 그 무엇이든 오래묵은 노거수처럼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도 한다


위 사진은 1970년대 용두산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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