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덕사지
경치가 수려하여 찾아드는 득시글한 발길
끼니마다 쌀뜨물이 덕천천에 흘러들어
낙동강물이 하얗게 물들자
일하던 스님 길 가던 도사에게 푸념하니
뒤쪽 용을천 흐르는 물길 막아
대천내들로 흘러 들게 만들면 식객이 준다는 말에
솔깃하여 흐르던 물 막아
금당지 서쪽 물길 새로 만드니
식객도 끊어지고 절도 허엽스레 사라졌다
지금의 만덕사지를 찾아가려면 온천장에서 구포로 넘어가는 고개의 중턱에 사기寺基부락이라는 마을이 있다 절터주위의 삼층석탑의 흔적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으며 연화대석이 빌견되었다 절터의 중앙에 축대로 이곳에 금당지가 있었으리라는 추측을 하고 있다
만덕사에서 발굴된 유물 가운데 기비사祇毗寺라는명문이 새겨진 기와가 출토되었고 기비현은 만덕고개를 지칭한다고 신증동국여지승람ㅇ[ 기록된 바 있다 그래서인지 만덕고개 주변의 거리 이름이 기비골리라고 명명되어 있다
만덕사는 만덕고개 중턱에 자리잡고 있고 그다지 큰 느낌을 주지는 않는 절이다 하지만 이절은 오래전에는 같은 이름으로 커다란 절터였다 작은 절간을 보고 예전의 이야기들을 떠올려 보면 일견 이해가 잘 안되기는 하지만 옛절터가 덕천천에 이르고 임란때에는 사명대사가 만덕사에서 승군을 모아 왜군과 격전을 벌였다고하니 그 규모가 예사롭지 않았으리라는 예견은 하게 된다
덕천천 너머 산등성이에는 떡구시라는 거대한 암석의 속을 파낸 돌절구가 있다 이 규모로 미루어 봐도 만덕사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녀갔을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지금의 만덕사는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던 사람이 너무 많이 찾아들어 물길을 다른 곳으로 돌려 절이 망했다는 예전의 기록들과는 사뭇 그 느낌이 다르다 어쩌면 그런 유명세를 겪었던 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소박하고 초라하기까지하다 세월이 유수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맞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사람의 일은 한치 앞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당시의 혹은 지금 이 순간의 감정으로 매사를 판단하고 앞을 내다보고 생각하는데는 서툴다 한 때 잘나가면 뭐 하겠는가 스스로 불행하고 싶다면 가장 잘 나가던 때를 그 기준으로 삼고 살아가면 된다 그러면 언제나 충족되지 않은 마음에 어둠이 찾아들어 있다 그런데 사실 살아보면 한 때 잘나가던 때에서 쉽게 벗어나기는 어렵다 하루아침에 패망의 길에 들어선다면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지만 그래도 살아남는 사람은 삶 그 자체가 성공이다 쉽게 흔들리지 않으면 언젠가는 빛을 보게 되리라는 말도 있고 음지가 양지가 된다는 말도 있다 사실 이런 말들을 잘 믿지는 않았다 그런데 요즘 동해에서 해가 떠오르는 방향을 보면 해가 점점 남쪽으로 가서 떠오른다 그러다보면 이전에는 해가 들지 않는 곳엣도 해가 들테고 그 반대의 장소에서는 빛이 들테니 틀린 말은 아니다
못살다가 하루 아침에 잘 살게 되는 것도 그 사람의 자질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주변에 널린 사람들 가운데서 주식 부동산을 해서 갑자기 부자가 되거나 유산을 받아서 잘 살게 된 거들먹거리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이 역시 만덕사지를 떠올리게 되고 생의 흥망성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만덕사라는 절은 살아있는 것들의 운명 인간에서 나아가 모든 살아 숨쉬는 것들 사물조차도 생노병사 흥망성쇄 앞에서 자유로운 수 있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산 물증이 되기도 한다
가졌다고 교만하지 말고 없다고 잃었다고 낙담하거나 기죽지도 말자 내일이라는 운명 속에 어떤 기회가 다가오는지 모르고 언제 사라질지 언제 또 다시 나타날지도 모르는 게 우리네 삶이기 때문이다 살아보면 답이 나오기도 하고 답을 모른 채 사라지기도 하는 것이 삶이 아닐까 다만 지금 이순간 철저하게 나를 돌아보고 나에게 가장 적절하다 여기는 삶을 선물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