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등대

by 김지숙 작가의 집

가덕등대



산모롱이 한참 길을 따라 걸으면

동백꽃 함치르르 어우러진 막다른 길

육지 끝자락에

고붓이 서 있는 새하얀 등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하늘 계단 부산스레 오르내리며 밤바다 밝힌다

태풍에 쓸려 수슬수슬 남은 목욕솥

다다미방 돔유리창

굴터분한 삶 고스란히 보이고

불빛으로 뱃사람 길 밝히는

물길잡이 등대



가덕도는 수도 없이 많이 가 봤지만 가덕도 등대를 특별히 찾은 것은 그날이 처음이었다 의도적으로 찾지 않는다면 별달리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도 내가 뱃길이 아니라 사람이 다니는 길을 다니기 때문일 거다 가덕도 등대는 마산항이 개항되면서부터 이곳 가덕도에 조계지가 설치되고 진해만에 요새가 들어서면서 1909년 동서양 건축모양을 한 고딕형 등대가 들어섰다 조계지란 특정한 외국인이 거주하고 영업하는 것을 허락하는 지역을 일컫는다

이 등대는 조선황실의 문양인 오얏문양을 새긴 점이 특징이다 상당 부분 지은 원형을 지닌 등대로 전국에서 아름다운 등대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등대체험공간이 있었지만 현재 부산보호구역이라 출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실제로 여늬 등대처럼 쉽게 출입할 수 있는 바닷가가 아니라 산속의 벼랑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등대 보러 가는 산길을 한참 올라가면 출입금지라는 가로막힌 팻말이 보일 뿐이다 2002년 새로운 등대가 옆에 나란히 서 뱃길을 밝힌다 백 년을 훌쩍 넘긴 점을 감안한다면 가덕도 등대의 상태는 겉으로 봐도 좋아 보인다 다른 등대와 달리 사무실 침실 부엌 욕실 등을 갖추고 있어 거주가 가능하다는 점이 특이하다

등대를 찾아다니는 친구도 있고 카톨릭신자 중 성지순례를 하는 친구도 있다 그들은 우리나라 곳곳에 있는 성치를 찾거나 해안가에 있는 등대를 찾아다니며 장소의 의미와 외형적인 구조에 대해 관심을 갖고 특이한 점을 발견하고 각각의 등대가 지닌 스토리텔링을 찾아 기록하고 있었다 참 나름대로 의미 있는 일을 한다 생각을 했고 나도 그들만큼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내가 찾아보고 느낀 사물 장소에 대해 그리고 눈앞에 있는 등대에 대한 기록만큼은 나만의 기록 방식으로 시를 써보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했다

우리나라 등대는 대개가 생긴 구조들이 멀리서 보면 다 비슷비슷해 보인다 그런데 이 가덕 등대는 자주 보이는 등대와는 달리 구조물이 크고 복잡하다 그만큼 사연이 많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 등대지기가 거주하고 파도가 밀려오면 그대로 온몸으로 바다를 받아들이는 세간살이 등이 함께 한 세월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가덕등대의 비밀을 알고 나면 뱃길과 배뱃사람들의 안녕을 지켜야 하는 의무가 더 큰 의미를 지닌 등대라는 존재에 감사하는 마음을 다시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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