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내기 고구마

by 김지숙 작가의 집

조내기 고구마



일산배기봉은 바다 접한 고구마 시배지

모내기하듯 한꺼번에 심어 얻는 조내기 고구마

겨드랑에 연자줏빛 순이 나오면

부둥부둥 흰색 꽃을 피우는 본래 이름 감저

감자에게 빼앗기고 엉뚱하게 얻은 이름이라

맨입에 먹으면 가슴이 콱 막히지만

붉은빛 밤 맛 나는 타박고구마




조내기 고구마는 조엄趙曮이 통신사 정사로서 대마도로 가서 고구마재배를 보고 이를 동래 부사에게 보내한반도 최초로 영도에서 재배하게 된다 고구마를 모내기하듯 종자를 뿌려 재배한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또 영도해안애서 썰물이 되면 바닥이 드러난다고 조수가 내리는 곳이라는 의미에서 조내기라고도 한다 영도를 부산의 작은 곳 작은 사람 쪽내기에서 조내기로 변한 것이라고도 한다

조내기 마을은 청학동 봉래산 기슭 언덕배기를 따라서 고구마를 재배하던 곳이다 일산배기마을이라고도 하고 조내기마을이라고도 하지만 넓은 의미로는 청학동 동삼동 일대를 조매기마을이라고 한다

지금은 모두 사라지고 거리에 보면 조내기로라는 도로명 주소가 곳곳에 걸려있다 조내기 고구만에 대한 기록을 알고 시어 청학동 산 54-156에 있는 조내기 고구마 역사공원을 찾았다 생각만큼 볼거리는 없고 정말 이곳에서 고구마를 재배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고구마는 대표적인 구황식물로 보릿고개를 이겨내게 된다 그런데 이 고구마가 다양한 식품으로 변해서 이제는 고구마 본연의 음식으로 먹기보다는 고국마 캐러멜 고구마 한천 젤리 고구마 맛탕 고구마깍두기김치 등 다양한 식재료로 사용된다 그중에서도 고구마 카레는 빼놓을 수 없다

거제도가 고향이던 엄마의 친정에서는 어릴 적 기억에 고구마를 가마니로 부쳐왔다 그때의 고구마는 조내기 고구마와는 크기도 달랐고 속모양도 달랐다 얼마나 큰지 어린 나의 얼굴보다 큰 것도 있었고 반으로 가르면 속은 또 왜 그리 하얀지 고구마에 대한 첫 기억은 그랬다 엄마는 고구마를 씻어 잘라 말리고 그 말린 것을 고구마 빼떼기 죽을 돈부를 잔뜩 넣어 끓이곤 했다 그리고 삼각형입체로 모양 썰기를 해서 맛탕을 만들어 간식으로 먹곤 했다 그리고 카레를 만들 때에는 언제나 감자 대신 고구마가 깍둑썰기로 썰어져서 들어거곤 했다 달콤한 맛이 입안에 감돌면 감자가 들어간 카레보다는 더 맛이 있었다

아주 오래전에 영도에 사는 친구집에 간 적이 있었다 아마도 그 친구 집은 봉래산 언덕배기 아래에 지어진 낡은 집이었던 기억이다 조심해서 발을 디디지 않으면 어디에서 발이 바질지도 모르는 삐걱거리는 마룻바닥을 디디며 지나다녀야 했다 그다지 잘 사는 집 같지는 않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밥 먹자는 말에 자리에 앉았다 건넌방에는 고구마가 방바닥 한쪽을 차지하고 쌓여 있었다

ㄱ=왜 고구마가 방에 있어?라고 묻자 고구마는 추우면 다 못쓰게 된다고 날이 조금만 추워도 고구마부터 들여놓게 된다고 했다 밥상에는 고구마와 김장김치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밥 먹는 게 아니었다 고구마가 밥이었다 잘 익은 김치와 고구마를 한입씩 교대로 먹으며

니는 이런 거 안 먹어봤지

영도 살면 자연히 조내기 고구마 먹고 산다 라면서 한 손에 쥐어지는 작은 고구미를 건네며 애써 반으로 갈라 보였다

봐라 이거 밤 속 같지 않나 이런 고구마 봤나

고구마 속이 저렇게 밤 속같이 노르스름 한 것은 그날 처음 봤다 그리고는 집으로 가서 그 속아 허연 고구마와 비교되는 맛을 이야기하곤 했지만 우리 집에서는 조내기 고구마를 따로 사 먹은 적은 그 당시에는 없었다 왜냐하면 시골에서 올라오는 고구마도 동네사람들과 나눠먹느라 소비하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조내기 고구마에 대한 기억은 나의 고구마에 대한 근본적인 취향을 재구성해야 할 만큼 자극적이었다 그래서 요즈음도 특별하 겨울이 들면 조내기 고구마를 사고 사서는 거살 한편에 펼쳐 놓고는 물기를 없애고 겉을 말려가면서 조금씩 삶아 먹는다 주로 저녁 대신으로 무김치나 배추김치를 걸쳐 먹기도 한다

조내기 고구마를 특별히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조엄이 가난한 백성을 위해 가져온 고구마 가난하게 살면서 고구마로 기니는 때우던 친구의 밥상 등이 겹쳐 나는 조내기 고구마는 당시 어려운 시절 영도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음식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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