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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물김

by 김지숙 작가의 집

낙동물김




낙동강 하구 녹산에서 갈대가지 숙수그레 묶어

갯벌에 꽂아 김포자를 섶에 붙인

색이 검고 반질반질한

씹을수록 달크레한 해감내 나는 김

자란히 싣다가

‘낙동김 섞여야 고급 김이지’

밀물과 썰물 때 김발 뒤집고 손으로 갈아서 물에 풀고

김 틀에 저분저분 김을 올려

햇빛에 말려 먹는 한 장 한 장에 소원을 싣는다



낙동김은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역에서 생산되는 김으로 유난히 두껍고 검은빛이 도는 귀하신 몸으로 대접받아왔다 그래서 일반김에 낙동김이 몇 가닥이라도 올려 말려야만 좋은 김으로 대접받았다 콩나물국이나 된장국에도 물김을 넣어 먹기도 하고 김밥용으로 전으로 쌈으로도 먹는 이 김은 바다향이 다른 들에 비해 강하고 고소하다

낙동 물김을 재배하기 위해서는 우선 명지 갈대밭에서 7-8대를 한 묶음으로 꺾어 눌차도에 가서 자연 포자를 받아 와서는 다시 명지 앞바다 펄에 꽂는다 꽂는 방법으로는 줄을 탱탱하게 당겨서 적당한 간격으로 지렛대 깊이는 한자 정도 심고 줄을 이어 그곳에 갈대 김포자를 얹어둔다

회를 넣고 물김 배 무 등을 넣어 물회로 만들어 먹기도 하는 낙동물김은 낙동강 주변에서 살아가는 어민들에게는 희망이 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산업단지가 생기고 상류의 오염수가 방류되면서 낙동강 물김을 재배하고 종자를 육성하는 일은 힘겹게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이 김은 품질이 좋아서 일본에 대거 수출하였고 재첩 게젓갈과 함께 낙동강하구언을 대표하는 3대 식품으로 알려졌 왔다

어릴 적 우리 집에서는 주로 김밥용 김으로 낙동김을 먹었다 다른 김에 비해 두께가 두툼하고 맛도 구수해서 살짝 구워 김밥으로 싸면 옆구리 터질 일이 없어서 좋다도 엄마는 그러셨다 낙동물김은 공정이 어렵고 까다로워서 손으로 하는 일에서 기계식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물망으로 쓰던 갈대도 망흥식으로 바뀌었다

낙동물김은 먹어본 사람만이 그 차이를 안다 조금은 거칠한 느낌이지만 입에 넣고 씹을수록 부드럽고 고소한 단맛이 나는 것은 다른 김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맛이다 물김을 쌀가루나 밀가루를 풀어서 전을 부쳐도 김맛은 여전히 살아있다 뿐 아니라 김을 젓갈과 참기름 깨소금 쪽파 등을 넣고 조물조물 무치면 그 맛도 파래무침과는 다른 맛이다 다만 김은 무쳐서 바로 먹어야지 오래 두면 붉은색이나 와서 그다지 입맛을 당기지는 않는다 말린 낙동김으로는 깻잎 양념과 동일한 방법으로 김장아찌를 만들어 먹기도 하고 찹쌀풀을 쑤어 김에 발라 말린 후 튀겨내는 김부각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국수 떡국 등의 고명으로 오르기도 하고 일식집 마끼로도 김이 사용된다

낙동강 주변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생태환경에 알맞은 먹거리를 찾고 그 먹거리의 다양한 요리방법을 찾아보다 신선하고 맛있게 먹을 줄 안다 하지만 환경이 변하고 먹거리도 변하고 사람들의 입맛도 변하는 바람에 좀 더 편리함을 추구하는 식생활의 방식은 옛 것을 찾기 어렵게 하고 또 쉽게 잊게 한다 어쩌면 그런 옛맛을 기억하는 마지막 세대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들을 하게 된다 그래도 유전자가 기억한다면 맛의 기억은 전달될 것이라는 믿음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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