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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의 시인 혜월당 May 28. 2024

허영은 선악을 가리지 않는다

허영은 선악을 가리지 않는다


허영심은 인간 본연의 마음자세와도 유관하다 따라서 이 감정만으로 한 인간의 심리를 읽어내기란 어렵지 않으며 이는 대체로 유년시절과 연관된다 인간의 유년기는 다른 동물들에 비해 성장기가 긴 만큼 더 살뜰한 보살핌이 필요한 시기이다 따라서 연약하고 무력한 아이인 자신이 어떤 환경과 위치에서 성장하였는가에 따라서 혹 가족의 형태나 형제자매 순서에 따라서 그 사랑의 유무와 강약에 따라서 성격이 달라지기도 하며 허영과 오만이 자리 잡는 강도도 달라진다 

성장기간의 감정은 빠른 속도로 자라고 세상 밖으로 나아가더라도 여전히 환경만 달라졌을 뿐 주변과의 경쟁 관계는 존재하기 때문에 유아기 아동기 사춘기에 어떤 보살팜을 받았느냐에 따라서 삶은 어떻게 나아갈지에 대한 중요도는 높아지므로 가능한 한 그 시기의 아이들에게는 긍정적이고 온화한 환경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허영심은 자신의 자존감을 보호하려는 삐뚤어진 자존심과 거짓으로 포장하려는 심리에서 온다 대체로 칭찬받으려는 욕구 인정받으려는 욕구 과시욕구 우월성  권력추구욕구 등으로 표현된 이들은 청소년기에는 자칫 허영 덩어리의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시기는 특별히 더 올바른 성장의 방향이 제시되고 그 길로 나아가야 한다

하지만 이 감정이 어른으로 살아가면서도 여전히 사회적 환경 속에서 생긴다면 이는 자신과 타인과 자신을 비교 의식으로 강화되고 겉으로 드러난 상황과 처지 등으로만 타인과 자신을 바라보고 비교하고 열등한 존재로 자각하는 시각의 문제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함부로 말하고 자랑하고 아는 척하고 호가호위하며 자신이 대단하다는 식의 말들을 쉼 없이 쏟아내기에 급급한 허영기 충만한 사람들의 경우엔 자존심과 허영심의 차이를 모르는 채 자신이 대단한 자존감을 지녔다고 단단히 착각하고 있을 뿐이지만 실은 파고 들어가 보면 그의 내면은 자존심이 약한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허영심은 생각이나 감정 행동을 결정짓는 주요한 심리적 힘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자신이 가진 여러 조건들을 통해 자신의 필요를 타인에게 전달하려는 의지로 이 감정은 오랜 역사 속에서 오랜 기간 지속되어 온 인간만이 지닌 특징이다 이 힘을 이용하여 자신이 처한 관계를 개선하기도 하고 자신의 우월함을 알려 관심을 끌고 더 나은 부나 지위 위치로 이동하는 힘을 가지기도 한다 

현대인은 이 허영심을 충족하기 위한 심리가 어느 때보다 강하고 이 심리를 위해 값비싼 보석이나 아파트 자동차 명품가방 등과 같은 유명브랜드명에 집착하거나 비싼 물건들을 파는 광고나 사레들을 접하고 이에 혹하기도 하고 자신의 허영의 결과에 허덕이며 살아가기도 한다 허영심은 개인이나 사회 집단 속에서 현재의 자신을 인식하고 검증하며 확인하고 성찰하는 도구로 활용된다면 더 이상 나쁠 이유도 없긴 하다

그런데 인간만이 가진 이 허영심은 자기 가치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이어지고 그 결과 불안감 우울감 열등감 자기 비하 등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 대한 과도한 성취욕이 불러들이는 이 허영심은 어느 시대나 막론하고 자리 잡아 왔다 지나친 보석치장 사치스러운 옷맵시 화장법 평범하지 않은 혼자서는 입을 수도 없는 의복 등은 부와 지위 가진 자의 능력을 과시하는 덕목으로 포장되어 왔다 

또 다른 방식으로 현대인의 허영심은 현재 진행 중이다 화장이나 스타일 성형 값비싼 의복 가방 자동차 집 등 자신의 외양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도구로 과도한 투자를 하거나 남들이 쉽게 갖지 못하는 물건을 소유하여 혹은 그것을 가진 자를 지인으로 둔 것에 혹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허영심을 충족시키는 방식을 택하여 남의 이목을 끌거나 부러움을 사는 것에 만족한 삶을 살아가기도 한다 

허영심은 끊임없이 자기애를 위한 노력과도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하지만 이 허영심은 분명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여 자기의 기준에 자신이 부족하다는 부정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지닐 확률이 높다 그리고 이 감정은 자신의 불행으,ㄹ 불러 들이고 주변의 타인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생긴 그 자체만으로 고유한 아름다움과 존경 사랑 관심 등을 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다 설사 그것이 세상 사람들이 만들어 낸 기준에 부합되지 않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세상의 평판과 세상의 기준에서 자신을 정의 내리도록 타인의 기준에 굳이 자신을 맞추며 살아간다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걸 너무 늦게 알기도 한다

그런데 그 사실은 늦게 알수록 더 손해다 허영심은 때로는 자신이 생각하는 현재의 자신을 보다 나은 수준으로 표현하기 위한 방식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자기가 불안을 가진 요소를 드러내고 가리는 방식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자신에게조차도 솔직하지 않게 되고 발전의 기회를 놓기가 십상이다  

이 허영심을 통해 자신이나 타인을 바라본다면 자신이나 상대를 좀 더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매력적인 사람을 질투하거나 끊임없이 자신을 좀 더 나은 상대와 비교하거나 그와 함께 있을 때에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은 자신의 허영심이 외모인지 돈인지 명예인지 그 가치의 기준을 어디에 두는지 스스로 알게 된다 또한 그 불안감이나 피로감에서 자신감이 위축되는 것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종류의 허영심은 관심이나 유대감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따라쟁이들의 특징이 그것일 수 있다 자신보다 좀 더 나은 사람을 무조건 따라 하면 그게 그 사람과 자신이 동등하게 여겨지고 다른 사람들의 눈에도 그렇게 보일 것이라는 착각을 한다 그런데 그 원래의 텍스트가 어디라는 것을 알고 나면 역겨움 같은 것이 밀려들 수도 있다 

어떤 집에 갔는데 마치 인테리어 잡지 속 집처럼 꾸며져 있었다 모든 삶의 기준이 그 잡지 속의 보이는 기준에 일치하는 상황이다 그 잡지 속 화려한 집의 주인공은 어떤 인터뷰를 보면 집이 더럽혀질까 봐서 식탁도 소파도 사용하지 않고 거실바닥이 신문지를 깔고 라면을 먹는다는 고백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런 시늉을 흉내 내고 사는 사람의 집에 우연히 간 적이 있고 방방마다 그런 인테리어를 베껴놓은 개성이라고는 없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손님에 대한 대접도 인테리어에 나오는 화려해 보이지만 아무 맛도 느낌도 정도 배려도 없는 잡지 속 사진을 잘라 놓은 것 같은 맛없고 보기만 근사한 음식을 대접받았다 

차라리 소박한 반찬에 나물 한 두 접시가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집에서 전혀 기대하지 않은 상황을 겪다 보니 마음속에서 자꾸만 허영덩어리 가식덩어리라는 말들이 쏟아져 나오려 했지만 꾹꾹 눌러 <이렇게는 못살지>라는 말만 할 뿐이고 그 말도 왜곡해서 들으면서 자신이 우월해서 <감히 나를 따라 하지 못한다는 말이지>라고 듣는 듯했다 

다른 사람들의 삶을 그대로 따라 하느라고 진심이라고는 느껴지지가 않았다 왜 그렇게 살아야 했을까 수많은 생각들이 오고 갔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그들이 사는 방식이었고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삶이 수준 높아졌다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것 같았다

왠지 딱 한번 가 본 그 집의 가시적 삶에서 과도한 허영이 마치 덩굴식물이 온 집을 덮어버린 느낌처럼 다가왔다 허영심의 결과는 완벽하게 사람을 밀어내버리거나 완벽하게 관심을 사버리거나 하는 극단의 감정의 갖게 만드는 힘이 있다 아마도 비슷한 유형끼리는 그게 잘 통하거나 전혀 비슷하지 않은 삶의 질곡과 가치관을 가진 경우에는 완벽하게 밀어내버리거나 할 것이다 

허영심 선악을 가리지 않고 최고가 되려는데 집착하지만 결코 최고는 될 수 없다 또한 자기의 허영이나 남의 허영이나 간에 이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마음은 허탈로 이끌 뿐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사진제공 성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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