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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의 시인 혜월당 Jun 26. 2024

인생에도 체급이 있다

인생에도 체급이 있다

절박함은 간절함은 딱 붙어 있다





무조건 살아야 한다는 절박함을 경험한 사람의 눈빛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자신의 한계를 느끼고 거기에 안주할 여력이 조금도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평온을 무너뜨리고 평정심을 사그라들게 하며 자신이 조절할 수 없는 극단의 상황 속에 던져져서 이미 이성적으로 더 이상 조절할 수 없는 상황 앞에 서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자신이 생존을 위협받고 삶이 절박하고 심리적으로 최악의 상황이 도래하여 타인에게 손길을 요청하기도 하고 스스로 타인과의 관계 속 문을 하나씩 닫고 자신이 만든 동굴 속에 기거하기도 한다 외부의 손길을 거부당하거나 거부하는 상황 속에서 간당간당 살길과 죽을 길을 사이를 번갈아 오가며 발끝에 닿는 절망을 경험하게 된다 이는 생애 최대치의 공허한 마음을 접한 상태이므로 이 상황에서 타인에 대한 다른 감정을 풀어내어 놓기 힘들 수밖에 없다 

아무리 열심히 살고 철저히 준비한다고 하더라도 절박함은 예고 없이 감당할 수 없는 무게로 순식간에 다가온다 <절박함은 언제나 간절함의 등에 딱 붙어 등장한다> 모든 절박한 상황에서는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오직 절박한 그 하나만을 갈구하게 된다

절박한 순간이 오면 그간 자신의 간절하게 구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계기가 된다 머릿속에 흐리게 자리 잡았던 그간의 수많은 잡다한 크고 작은 희망들이 눈 녹듯이 송두리째 사라지고 오직 한 가지의 소원만이 또렷하게 남는다 

이순신 장군이 13척의 배로 적군을 격파한 대의를 위한 기적이 일어났던 그 절박함과 간절함은 인생이라는 길을 걷다 보면 우리네 삶 속에서도 그 이상의 노력과 기도가 필요한 순간들이 일어난다 

<지금 어서 빨리 이르기>를 기도하고 절대로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 회생의 기회가 닫히거나 열리려는 순간 앞에서 조속히 상황이 끝내려는 절체절명의 순간 백척간두에서 어느 방향으로 향할 것인가의  압박 속에 더 이상 지체 할 수 없는 그때에 절박함은 엄청나고 강력한 힘을 갖고 간절함을 원하는 자의 편을 들고 손을 들어주는 방향으로 돌아선다

모든 절박함은 상상을 초월하는 힘을 가졌다 그 절박함을 바라는 자신과 자신의 절박함을 듣는 나를 구분하고 서로를 바라보는 그 힘이 기적을 부른다 절박함을 느껴 본 사람은 타인의 절박함을 외면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고 간절함 속에 내재된 욕구나 환상 공포 등의 감정을 동반하면 그럴수록 마음을 움직이는 힘과는 멀어질 수 있다 절박함과 간절함은 가장 근접하게 엮인 감정이다

절박해 보지 않고 간절해 보지 않고 잘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타고 난 복이 많은 사람이다 그렇게 평온하게 잘 살다 가는 것도 자기 복이 많아서 일 것이다 소위 말하는 금수저 혹은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고 죽을 때까지 평지풍파를 한 번도 겪지 않은 생이 어디 있으랴마는 비교적 큰 어려움을 겪지 않고 평탄하게 살아가는 그 사람들의 삶이 부러운 건 한 걸음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진땅이나 벼랑이 기다리는 자신의 삶과 다르기 때문이다 

자랄 때에는 유복하지도 잘 나지도 않던 사람이 평탄하고 무탈하게 자기만을 살뜰하게 잘 챙기며 야무지게 잘 살아가는 모습들을 보면 사람살이의 정도가 겉으로 봐서는 도무지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절박함을 겪다 보면 사고의 폭이 한층 넓어진다 그래서인지 산전수전 공중전을 겪은 이들은 눈빛부터가 뭐가 달라도 달라 보인다 사람의 아픔을 보듬어 줄줄 알고 배려할 줄 알고 좀 더 폭넓고 좀 더 다른 시각에서 삶을 바라보는 여유가 느껴진다 

인생의 체급이 다른 이유를 알게 된다 그래 사람이 됐다는 말들을 하곤 한다 그러면 그게 또 무엇이 좋다는 걸까 자칫 다른 사람들의 호구로 여겨지기 십상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사람을 살리는 원동력은 절박함과 간절함에 있다 절박한 상황 속에서 간절함이 이루는 힘으로 살아가는 그 삶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고 그 특별함은 평지풍파를 겪지 않고 사는 사람에게는 의아하며 이해되지 않기도 한다 

삶의 중심이 다르기 때문이다 무엇이 더 소중한지의 여하에 따라서 우리는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미처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것을 헤아리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는 것에 큰 기쁨과 행복을 담기도 한다 

비범한 사람이 살아가는 힘 속에는 반드시 절박함과 간절함이 키워낸 그 뭐가 달라도 다른 그 무엇이 반드시 있다 그게 그 사람의 고갱이가 되고 그 삶을 지탱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리고 그 삶이 주는 특별한 색깔이 드러난다 절박함과 간절함을 극복한 사람은 뭔가 달라도 다르다    

       


    사진제공 성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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