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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의 시인 혜월당 Apr 10. 2024

이렇게 또, 마음의 짐 하나를 내려놓는다

이렇게 또, 마음의 짐 하나를 내려놓는다




평범한 인간인 이상 우리는 다양한 감정에 휘둘리며 살아간다 그 휘둘림 속에 스스로를 옥죄고 또 스스로 가책이나 소심함을 만들고 이를 어깨에 지고 살아가며 마음의 짐을 내려놓지 못하고 점점 더 그 무게를 더하며 힘든 나날들을 보내곤 한다 

불현듯 다 지나간 과거의 어느 순간에 일었던 감정을 떠올리기도 하고 부정적인 그 감정에 휩싸여 당면한 에너지를 그곳에 다 빼앗기기도 한다 이런 감정을 되새기는 과정에서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고 뇌의 활성도도 떨어지며 온몸의 기운이 달아나는 것을 느끼게 되며 우울증이나 부정적인 감정이 엄습해 온다 

이런 감정은 쉽게 잊히지도 않고 뇌리에서 연관된 작은 기억만 있어도 어느새 다시 찾아와 기억을 송두리째 소환하여 스스로를 괴롭히기도 한다 물 잔을 비우듯이 시원하게 뇌 속을 비워버리고 싶지만 생각처럼 잘 되지 않는다 <너희 염려와 근심을 다 맡기라>고 말한 어느 절대자의 말처럼 인간의 마음은 늘 염려와 두려움 근심 걱정으로 둘러싸여 있는 순간에 직면한다

감정을 제어한다는 것은 평범한 인간들에게는 쉬운 일이 결코 아니다 특히 상대방이 최악의 말들을 쏟아낸다면 그 말에 의연할 사람은 성인군자가 아니고서는 함께 감정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게 되고 급기야는 맘에도 없는 말들을 쏟아내게 되며 무슨 말을 하는지도 생각하지 않고 상대에게 상처되는 말들을 거르지 않고 퍼붓고 싸움에 이르게 된다

지나고 나면 유치하고 후회가 되기도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어버린 결과를 낳는 어리석음을 범하며 살아간다 아무리 후회를 하고 과거의 행동을 반성을 한다고 해도 그 상황 속에서 의미 없는 말들로 받은 상처는 쉽게 치유되기 힘들다 그런 마음의 상처가 많다면 내려놓기란 더욱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아무리 많은 상처를 지녔다고 하더라도 그 많은 상처를 다 기억하며 살아가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간순간 유사한 환경이나 말들을 접하게 될 때 비로소 그 상처는 마치 두더지 잡기 기구가 켜지고 그 속에 숨어 있던 두더지들이 여기저기서 불쑥불쑥 얼굴을 드러내며 비슷하면서도 다른 얼굴을 재빨리 내밀며 당시의 상황이 재현되고 급기야는 상처를 받던 그 순간으로 돌아가 그 순간의 아픔과 유사한 고통을 겪게 된다 

그런데 사람의 기억도 한계가 있는지라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기억의 잡다한 스토리들은 희미해지지만 가장 고통스러웠던 순간의 아픔이 아주 단단한 목질의 고갱이로 남아 언제든 다시 기억과 고통을 되돌리는 버튼이 된다 그래서 이런 상처를 떠올리는 순간의 감정과 사실을 분리하는 방법을 택해서 이러한 고갱이를 던져 버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상처가 되던 순간을 떠올리면서 그때의 감정과 그때의 사실을 나누어 본다 내가 섭섭했던 일과 내게 일어났던 일들을 각각의 기억의 창고에 나누어 분리시킨다 그러면 좀 더 객관적으로 그 순간의 말들과 감정 그 장면들이 객관적으로 느껴지고 이를 바라보는 내 마음에는 여유가 생기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그 아픈 마음은 내 마음에 차지하는 비율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러던 중 점점 비중이 줄어들어 뇌리에서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되고 그 사실의 결과로 남은 호불호 긍정 부정의 결과에 충실한 기억만 남게 된다

사실 마음을 내려놓는다는 의미에는 욕망과 욕구 그리고 열정을 포기하는 의미와 집착과 미련조차도 멀리 한다는 의미가 내포된다 내려놓고 떠나보내면 새로운 것이 다가오는 점 또한 세상살이의 묘미이다  최선을 다 했는데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미련 없이 포기하고 집착을 버리는 것이 상책이라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인간인 이상 그러한 결단과 결과에 승복하는 것 또한 쉽지는 않다 그런데 이런 경험을 단 한 번이라도 해 본다면 의외로 한번 그렇게 한 경험으로 그 다음은 조금 더 쉽게 그 내려놓는 방법을 찾게 된다 내려놓기란 쉽지 않고 너무 당연하다 그게 쉽다면 세상은 좀 더 온순한 방향으로 전환하여 천천히 인간적인 모습을 담아 발전하지 않았을까 

마음은 우울하고 머릿속은 한없이 복잡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은 척 살아가야 하는 고민이 없는 척 살아내야만 하는 현대인에게는 내려놓는다는 것은 자기 인생의 전반적인 이해를 토대로 생의 참뜻을 찾아내는 일과 다르지 않다 그게 어디 쉬운가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이를 아주 작은 부분으로 나누고 또 나누어서 작은 부분만이라도 내려놓는 방법을 시도해 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인간 전반이 아니라 낱낱의 인간 그것도 힘들면 그 낱낱의 인간 속에서 어떤 감정만 떼어 내어 그 작은 부분을 내려놓기로 하고 그런 상황이 닥치면 내려놓기를 실험해 보는 마음 작업이다 나도 내 마음에 들지 않는데 나 아닌 상대는 당연히 다방면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당연하고 내가 고칠 필요도 고칠 수도 없는 부분에서는 내려놓거나 버리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자신의 정신건강에 유익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힘들게 하거나 짐이 되는 부분은 버리거나 내려놓고 취할 부분은 취하기 너무 큰 덩어리라 힘들면 낱낱이 쪼개고 분리해서 생각하고 실천하기 그것도 어려우면 좀 더 떨어진 상태에서 바라보기 다만 그럴 가치가 있는 존재에 대해서만 바르게 바라보고 바르게 놓아주기

자기 속에 있는 열등감이나 예민함 식욕이나 욕망조차도 잘게 쪼개서 바라보는 것은 가벼워지고 내려놓고 버리는 가장 기본적인 행동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시도해 봄직하다 누구나 다 좋은 면만 지닌 사람도 다 미운 면만 지닌 사람도 없지만 하나가 싫으면 다 미워 보이고 하나가 좋으면 다 예뻐 보이는 우를 넘어서는 것부터 시도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방법이 된다 

심리전에 웬만큼 시달린 사람이라면 사람이라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드는 사람이라면 이제는 주변의 그 절레절레 머리를 흔들만한 사람을 한두 사람쯤을 떠 올리고 그 사람의 가장 싫은 부분과 그나마 봐줄 만한 좋은 부분을 떠올리고 거기에 버릴 것과 놓을 것 취할 것의 구분을 해 보는 것도 한 방편이 된다 

그걸 누가 모르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싫은 사람은 뭘 줘도 싫다는 그 생각에서도 감정과 사실을 분리해 보는 여유를 갖고 대하는 단 한 번의 습관을 실천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게 어쩌면 가장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단 한 번의 시도로 생각하는 습관이 바뀌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어느 시골집에서 엄마가 죽고 새엄마가 문 앞에 들어서는데 두 눈 찔끔 감고 새엄마를 <엄마>라고 부르며 반갑게 달려가서는 그 엄마의 품으로 파고든 일곱 살배기 어린아이의 그 절박한 생존 전략을 본받는 셈 치고 내게 견디기 힘든 그 심리적 상황에서 단 한번의 내려놓기를 시도하는 그 첫 발을 지금부터라도 시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미운 놈 떡하나 더 준다>는 그 마음으로 내마음에 쌓여 있는 짐 하나씩을 풀어헤치고 어떤것은 버리고 어떤 것은 취하는 과정에서 감정의 재정리를 하는 것도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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