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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의 시인 혜월당 Jun 08. 2024

진짜와 가짜

진짜와 가짜



요즘은 진짜와 가짜에 대해서 혼란스럽다 과연 어떤 것이 진짜이고 어떤 것이 가짜인지 그 기준은 나의 생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해도 되는 건지 또한 그 다른 사람은 나와는 반대로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건 아닌지에 대해 강한 의문마저 든다

명화나 명품의 경우에는 진위를 구별하는 정교하고 이상적인 눈이 필요하며 비교적 그 경계가 명확하다 여기지만 사람은 앞앞이 행동거지나 표현방식이 달라서 진짜모습과 가짜모습을 판단하기에 힘든 세상을 살아간다는 점을 인지하게 된다 

의식이나 관념만으로 이를 구분하는 일은 더 어렵고 사람의 마음을 아는 일은 더더욱 어렵다 어디 사람살이에서 주어진 특정한 입장이라는 게 있는 게 아니어서 언제든 진짜는 가짜가 될 수 있고 가짜도 입장이 바뀌면 언제든 진짜가 될 수 있는 상황이 되어 버리는 경우를 겪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까운 경우부터 살펴보면 우선 정말 예술을 사랑해서 예술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예술을  자기 가치를 높이는 수단이나 도구로 사용하거나 위신을 세우기 위한 발판으로 혹은 더 나은 삶을 구하기 위한 계단이 취하며 타인에게 보여주는 포장도구로 사용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교수나 작가도 마찬가지다 학문이나 글쓰기를 정말 좋아해서 학문을 탐구하고 글을 쓰는 작가가 아니라 직업으로 폼나는 것이어서 일 수도 있다 혹은 교수의 경우는 든든한 밥줄을 가진다고 생각하는 부류로 진짜와 가짜를 나누고 판단하는 데 이 판단조차도 얼마나 옳은 것일까 의문이 든다 

꽃을 정말 좋아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 꽃 저 꽃에 호기심을 갖고 정말 사랑하고 좋아하는 부류와 금전적인 가치를 기준으로 귀한 꽃 비싼 꽃에 가치를 두거나 활용도가 높은 것을 우선으로 기르고 좋아하는 부류들로 나누게 된다 

정치인들도 진정한 국민을 위한 정의 사회구현에 대한 사명감을 가졌는지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는지의 여부로 진위를 가릴 수 있을지 마찬가지로 사회사업가나 유명 종교인 의사 변호사 교사 간호사 등의 전문직 종사자들의 경우 또한 마찬가지로 이들의 진위를 어떤 하나의 행동만으로 판단하기에는 망설이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개의 많은 사람들을 두 요소들을 기준으로 딱 나누어서 이쪽저쪽으로 가르기보다는 경계에 걸쳐 있는 부류들이 더 많을 것이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하고 싶은 일도 하면서 먹고 살 길도 챙기는 직업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  

사람의 관계는 이쪽에서 보면 이 쪽이 진짜이고 저쪽에서 보면 이쪽이 가짜라는 흑백 논리를 펼쳐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면 정말 환히 그 관계들이 너무 잘 보인다 하지만 반대의 입장에서 보면 스스로 가짜의 누명을 쓴다고 억울하게 느낄 수도 있다 세상의 많은 일들이 그렇다 정말 좋아하는 것으로 경제적 가치를 누린다면 최상이겠지만 그런 경우는 대부분 없다

싫어하는 것을 견디는 정도에 따라서 대가가 따라온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싫은 일을 하면서도 어떤 목표를 위해 버터는 마음으로 살아남는 거라는 입장을 더 자주 듣는다 그래서 직업 맡은 업보라고들 말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의 도움도 없이  살아남기 위해 적성과 능력에 따라서 어떤 일에 종사하는 행위를 직업이라 말하기도 한다 

덕업일치德業一致란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와 직업이 일치되는 형태를 말하며 수많은 오덕(온화 양순 검소 공손 겸양)이 바라는 바이며 꿈이기도 하다 하지만 막상 이루어진 상황들을 보면 길게 가는 경우는 드물다 왜냐하면 인간의 마음은 항상 변화무쌍하고 환경은 바뀌기 때문이다  

오스카 와일드는 인생에 두 가지 비극이 있는데 그것은 첫째 바라는 것을 갖지 못하는 비극과 바라는 것을 얻는 비극이라 했다 흔히 사람은 바라는 것을 얻지 못하는 비극에 공감하기 쉽지만 바라는 것을 얻고 난 후의 비극에는 공감하지 못한다 

생각만으로 볼 때에 소원이 이루어진 상태가 희극이지 무슨 비극이냐고 말하기 쉽다 하지만 얻고 난 뒤의 결과를 담아내지 못할 만한 인품이나 그릇이라면 아마도 그 얻고자 한 것들은 다시 원상 복귀하거나 더 나쁜 상황으로 변질되어 더 감당하기 힘든 현실과 마주하게 되는 경우를 만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모든 것을 얻고 난 상황 속에서 그 삶에 잘 적응하고 사는 경우는 그 사람의 자질에 비해 다가온 운은 진짜이고 잘 적응하지 못하고 놓쳐버린다면 그 운은 가짜일 것일까 자신에게 온 운을 제대로 잘 다스리지 못하고 놓쳐 버린다면 그 운은 진짜 얼굴을 하고 온 가짜일까 아니면 가짜 얼굴을 하고 온 진짜일까

지나고 보면 그게 기회였었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 당면한 현실에서는 그 판단이 잘 되지 않는경우가 더 많다 그것은 가짜의 얼굴로 다가 온 진짜였기 때문이며 그것을 헤아릴 혜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반대의 경우 마치 모든 것이 뜻대로 다 짜 맞춰져서 원하는 바대로 이루어질 것 같으나 지나고 보면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리는 진짜의 얼굴을 하고 나타나는 가짜도 허다하다 

사람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정말 괜찮은 모습을 하고 번지르르한 외모를 지녀 호감이 가지만 알고 보면 허당인 경우도 있고 첫인상에서는 별다른 빛이 나지 않지만 만날수록 진국인 경우도 있다 세상을 제대로 오래 살았다면 혜안이 생길 법도 한데 여전히 맹추 같은 경우를 왕왕 겪으며 살아간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사람에게 느끼는 감정의 진위구분이다 그게 당면한 현실 속에서 가장 잘 와닿는 부분이면서 가장 중요한 사안인 까닭이다 진짜인 마음과 진짜인 척하는 가짜 마음 사이에서 우리는 늘 상처받고 당하고 상처주면서 살아간다 간혹 운이 좋으면 좋은 사람 진짜 사람을 만나기도 하지만 말이다 

진짜인척 하는 사람에게도 진짜인 사람에게도 달리 구분을 쉽게 하거나 이를 대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면 상처를 받고 이를 버텨내는 방법은 알고 살아가야 하는데 그 조차도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아가는 것이 인생인 셈이다 

그러면서 나는 어느 면에서 어느 정도로 진짜일까 가짜일까 스스로에게 강한 의문이 들 때도 있다 내 마음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나는 내가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다 나 역시 상황에 따라서 바뀌기도 하기 때문이다 진짜 마음을 내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대충대충 성의 없이 받아들이기도 하고 성의 없이 내뱉은 말들을 꽁하니 평생을 기억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지금 하고자 하는 말은 대체 뭐란 말인가 그건 답이 없다는 거다 정말 진짜인지 가짜인지 아는 방법은 당면한 순간에 느끼는 그 진위 여부를 감만으로 대체로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때 그 순간만은 진실이었다는 어느 바람둥이의 고백처럼 인생은 어느 순간순간 진위의 여부를 나누어 살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진실을 말한다고 해서 상대는 그 말을 다 진실로 받아들이는 것도 아니고 거짓을 말한다고 해서 상대는 그 말을 다 거짓으로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진위 여부와 무관하게 자신이 편할 대로 받아들인다 진짜와 가짜는 절대 진리로 나뉘는 덕목은 절대 아니라는 점을 새삼 깨닫는다           






사진 제공 성경화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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