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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을 얻는 순간

깨달음을 얻는 순간



특별히 뛰어나서라기보다 우리는 한 가지 일에 오래 몰두하면 어떤 특별한 결과를 얻기도 한다 물론 그렇지 못하고 마음이 흩어져 불안이라는 감정의 도가니 속에서 헤매기도 한다 인생이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마음의 번뇌는 이 길고 짧은 매 순간마다 우리 마음을 치고 들어서서는 자기 마음속에 어떻게 이런 무례함이 들어왔는지에 스스로 허탈해하면서 또 분노하면서 자책과 자기 합리화 자기 비하 등을 번갈아가며 경험하게 된다 

속 편하게 이 모든 상상과 착각과 허망을 벗어던져 버리고 싶지만 늘 다른 모양으로 찾아드는 번뇌는 더 이상 편안하게 생각을 이어나가기 조차 쉽지 않다 잠을 자다가 혹은 길을 걷다가 혹은 대화 속에서 예기치 않게 불쑥 들어오는 이런 마음은 어쨌든 깨달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고 그 마음이 어디서 오는지를 확인해야 벗어나게 된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수만 가지의 생각들은 정말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인지 단지 한 순간의 평안을 깨는 잡념일 뿐인지 진정 바라는 진심인지에 대해 수도 없이 반복하여 번민하고 복잡한 머릿속을 오가는 생각들을 끊어 정리하고픈 마음마저 들 때가 있다 나는 왜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이런 힘든 생각들을 자발적으로 하는 건지 그 원인을 찾아 한참을 올라가면 점점 더 고뇌는 가지를 치고 거대한 방향으로 번져 번뇌의 크기와 수는 계속 늘어나기만 한다

사람으로 태어나고 주변이 온갖 사람으로 득실대는 환경 속에서 살아간다면 이러한 번뇌와 고통 등을 일시에 벗어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이에 대한 해답 찾기란 더 어렵다 헛생각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쓸수록 그 헛됨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더 멀어질수록 한 곳을 향해 치닫는 그 깊어만 가는 헛된 생각은 더욱 더 단단히 자신을 올가미로 칭칭 동여매기 때문이다  

집착하면 놓아야 하고 놓으면 별것 아니라는 생각에 이르는데 그곳까지 가는 시간이 너무 길다 잘 안된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가슴이 말을 안 듣는다는 의미가 바로 이게 아닐까 답을 뻔히 아는데 갑자기 올라오는 잡다한 생각들이 내 마음에서 흔들어 놓는다는 것에 더 화가 나고 그 생각들이 수시로 내 마음을 드나든다는 것에 기분이 듬뿍 상한다 

실제로 일어난 일에 대한 반복이 아니라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헛된 생각과 환상 상상 분노 절망 같은 감정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것을 감당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이에 대한 해답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어떻게 해야 산란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번민은 다시 더 깊은 번민 속으로 파고든다 

그러다가 그 번민들은 무수하게 흔들리고 또 두통마저 유발하다가도 어느 순간 헛되고 헛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깨닫는 순간 처음에는 아주 짧게 단순하게 스치고 지나가지만 그 순간을 낚아채어 마음에 담아두는 시간을 늘리면 조금 더 나은 나를 찾게 된다 그러다 보면 결국 유사한 이전에 있었던 사례와 그 결과를 인지하게 되고 얼마나 부질없는 일에 몰두하게 되었는가를 깨닫게 된다 

살아가는 일에는 매 순간 어떤 면으로든 유혹이고 번민이며 갈등이고 시기와 질투가 존재한다 매 순간 이러한 번민 갈등 절망에서 휩쓸리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런 생각들이 들어올 때마다 쳐내려 하거나 그것을 붙잡아두려는 집착이나 이에 대한 각별한 어떠한 노력을 더하기보다는 그냥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그런 생각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한 생각에 살을 붙이거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시키거나 어느 쪽으로든 판단하는 것은 알고 있는 경험치 속에서 그만큼의 분량을 더하는 행위에 해당되므로 또 다른 더 많은 산만함을 불러들이고 벗어나야 할 생각들을 더 많이 갖는 것이니 만큼 오직 원하지 않는 생각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다

우리의 마음속에는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온갖 생각은 마음을 챙기고자 할수록 더 생겨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출렁이는 삶을 살다 보면 출렁이는 곳에서 안착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겨나고 그 생각들이 점점 자라면서 더 많은 바람과  희망과 소망을 갖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세상 일이라는 게 노력한다고 해도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갖고자 한다 해도 그 길이 이미 구부러져 있는데 홀로 바른 길로 가고자 한다고 해도 가 닿을 수 없는 것은 이미 그 길은 내가 갈 수 있는 바른 길은 길이 아니기 때문에 불가능한 것은 당연지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소망을 놓지 못하고 연연하고 울고 웃고 스스로를 괴롭히고 희망하며 여러 감정 속으로 몰아넣고는 급기야 자기 연민에 빠져들기도 한다 이미 길이 아닌 것은 앞으로도 길이 되지 못한다 새로운 길이 만들어진 것이고 그곳에 적응하지 못하면 영영 길을 알지 못하거나 길을 잃어버린 미아가 된다 스스로 길을 만들기에는 힘이 없고 그 힘에 굴복하자니 그건 아니고 그냥저냥 사람들은 자연인이 되어 산으로 들어가려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를 인정하고 이에서 벗어나려는 단 한 가지 생각으로 진심을 다한다면 곧 벗어나게 된다는 점이다 마음을 다하고 정성을 다하는 사람을 누가 이길 수 있을까 흔들리지만 결코 꺾이지는 않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순간들을 살면서 어느 시점에서 불쑥 올라오는 약한 깨달음의 답이 있다면 그 답은 새순이 자라 거목이 되듯이 그 약하고 작은 깨달음의 답에 살을 올리고 키을 키워 내 것으로 만들어 나아가야 한다

처음부터 강한 사람은 없다 처음에 없던 강함이 여린 싹을 올리고 몸집을 키워 장성한 나무로 자라는 과정을 거치듯이 깨달음도 그런 방향으로 몰아가야 한다 깨달음의 순간이 어린싹을 올린다면 한올이라도 놓치지 말고 잡아채어 마음속에 거묵으로 키워 번민 절망 고통 번뇌로부터 단단하게 버텨내고 반드시 꼭 살아남아야 한다   

지금 살아가는 삶이 무료하다고 지나온 삶 속에서 생겨났던 내면의 분노를 이끌어 내어 스스로를 옭아매고 고통스러워하기보다는 오히려 분노유발 인자와 물리적으로 거리가 멀어졌기 때문에 오히려 분노를 잠재우거니 잊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겨 감사하다 여길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모든 분노가 깨달음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때로는 깨달음을 얻는 가장 빠른 길을 내어 줄 뿐이다   


사진제공 성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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