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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의 시인 혜월당 Jul 08. 2024

세상의 그 무엇이라도

세상의 그 무엇이라도



살다 보면 우리는 이런저런 일들로 스스로에게 깜짝 놀라기도 한다 내 속에 이런 생각이 들어있었던 걸까 실망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면서 자신을 격려하기도 실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러나저러나 내 속에 담긴 생각이니 누구를 탓하랴 

또한 살면서 세상의 그 무엇이라도 다 퍼주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세상의 그 무엇도 내어 주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문제는 다만 다 내어 주고 싶은 사람을 만날 때 내가 가진 것과 줄 수 있는 그 무엇을 다 내어 주어도 상대에게는 그다지 쓸모가 없는 상황이라면 그건 인연이 아니라는 점이다 또한 많은 것을 가지고도 그 티끌하나라도 내어주고 싶지 않은데 상대는 별의별 것을 요구해 오는  상황이라면 그래서 고통을 동반하게 된다면 이 또한 좋은 인연이 아닐 것이다     

혼자서는 살 수 없는 게 인생이고 주고받는 관계 속에서 한 발 한 발 내디디며 삶의 벼랑길을 용케도 자신을 지키며 살아간다 상대에게 시간이나 물질을 내어준다는 의미는 온전히 마음을 내어 준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아무리 사소한 배려라고 할지라도 그 속에 마음이 들어있지 않을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리 작은 배려를 주거나 받거나를 한다 손 치더라도 그 배려에 담긴 속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작은 배려를 무시하고 살아간다 일일이 그것에 화답하며 살아갈 만큼 한가하지 않다는 게 그들의 마음이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내어주는 일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님에도 자신은 그 작은 일조차 제대로 행하고 있지 않음에도 그런 말들을 쉽게 한다           

세상의 그 무엇이라도 누군가에게 나눌 것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움켜쥐고만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자신의 삶에서 충만을 알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이리라 그 누구라도 찾다 보면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나눌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아주 작지만 나누기 시작했다면 그는 철통같이 무장했던 단단한 마음의 벽에 사랑이라는 작은 창구멍을 내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나아가다 보면 그의 마음에 뚫린 창구멍은 어느새 커다란 문이 되어 누구나 사랑의 마음에 들락거리고 드디어는 벽이 허물어지는 관계에 이른다 누군가에게 세상의 그 무엇이라도 내어 준다는 의미는 물방울로 바위에 구멍을 뚫게 되는 큰 힘을 발휘한다는 뜻이다  작고 사소한 기쁨을 상대에게 나눈다는 뜻을 내포하지만 실은 자신이 가진 것에 자신을 담아내어 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시간을 내어 준다는 의미에 대해서 무심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시간은 유한한 것이고 상대적이니 만큼 그 사람이 지닌 값어치만큼의 효용성을 지닌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하루라는 시간이지만 그 시간은 결코 공평하지가 않다 쓰는 사람의 여하에 따라 그 시간은 독이 되기도 꿀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시간을 아끼고 의미 있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살면 살수록 피부에 와닿는다 나이의 속도만큼 빨리 지나가는 시간은 저축할 수도 없고 나누어 줄 수도 없으면 나이가 들수록 더 빠른 속도로 지나간다 그런 만큼 함께 시간을 공유한다는 것은 사랑이 없고서는 불가능하다 많은 시간을 공유했다면 그 내면에는 충분하고도 많은 사랑이 내포되어 있다 

누군가가 밥을 산다며 시간을 요구할 때에도 상대가 생각하는 시간과 자신이 생각하는 시간의 가치는 다르다 것을 알아야 하는데 상대는 그것으로 충분한 대가를 치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사람의 일생은 누구에게나 다른 크기로 와닿고 시간 역시 그 가치는 본인만이 알기 때문이다 따라서 <밥 살게 나와><같이 밥 한번 먹자>라고 하여 시간을 쉽게 건네 가질 수는 없는 일이다    

인생이란 세상의 그 무엇을 위해 사용할 충분한 시간들이 있지만 우리는 그 시간의 소중함을 알지 못한 채 이곳저곳에 그 시간을 낭비하며 일생을 허무하게 보내고 때늦은 후회를 하곤 한다 시간을 내어 타인과 보낸다고 해도 상대가 그 가치를 알지 못한다면 여전히 무의미하고 공허한 일이다 결과적으로 내어준 그 시간들로 더 행복할 수도 더 불행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우리의 시간을 내어 주고 나누는 곳에서 마음을 키운다 그렇다고 그 마음은 순전히 홀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상호 교감과 은은한 배려 속에서 일어난다 시가 사물과 세계를 밝혀 온전히 존재하듯이 시간은 배려와 마음으로 존재하며 순전한 의미를 갖는다 마음이나 배려가 담기지 않은 시간은 방탕하게 유기된 삶의 부스러기일 뿐이다       

따라서 상대의 시간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 의미에 부합하는지에 따라 행동하고 판단하고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내어줄지를 결정해야 한다 세상의 그 무엇이라도 다 내어줄 수 있는 사람과 일생을 함께 하는 기쁨을 누리고 살아가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돈으로도 그 무엇으로도 살 수 없는 그 시간들을 오래 공유한 사람과 어찌 쉽게 헤어지고 미워하고 함부로 대할 수 있을까

세상의 그 무엇에 견줄 수 있는 것은 오직 시간의 의미와 가치에 기준을 두고 판단하는 것이 옳은 것은 아닐까 아무리 강렬한 시간을 보냈다고 치더라도 그 시간들이 쓰레기더미 속 같았다면 말끔히 지우고 아무것도 남기지 마라 반면 수많은 시간은 보내고도 여전히 은은한 울림이 마음속에 남아 있다면 여전히 그 사람과 함께 하자,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렇지만 가끔은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말처럼 항상 시간을 되돌려보고 그게 진심인지 혹 가스라이팅 당한 결과인지 진행 상태인지를 확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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