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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의 시인 혜월당 Jul 18. 2024

자기 행복추구권

자기 행복추구권

지금 나는 단지 손가락만 아픈가


손가락이 아프도록 일을 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분명 손으로 하는 일로 먹고사는 일을 하나 여길 것이다 하지만 단지 손수 밥을 해 먹고 사소한 집안일을 하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데 손가락이 아프다면 선천적으로 약하거나 하기 싫은 일을 하기 때문이리라 

사람들은 자신이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시키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그게 습관이 들면 아무렇지도 않게 남에게 시킨다 한번 새겨들으면 쉽게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까이 있는 사람이 잘하거나 늘 해 왔다는 이유로 반복적으로 시킨다 

이유는 자기보다 잘 알고 척척 잘하니 입만 움직이면 다 되어 나오고 편리하기 때문이다 그냥 하던 대로 타성에 젖어 살아가게 된다 그러다가 당하기만 하는 쪽은 영영 빠져나가지 못하는 호구가 된다  

이런 상황들이 계속될수록 홀로 무거운 짐을 진 쪽은 견디지 못하고 어느 날엔가는 그 짐에 짓눌려 폭발하거나 이 세상에서 영영 사라지고 말 것이다 물론 자신이 즐겨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지만 세상일은 한결같지 않다 그래서 모든 짐은 나눠 가져야 한다 그래야 긴 거리도 함께 행복하게 걸을 수 있다 

손가락이 아파서 고통스러운 것도 있지만 마음이 아픈 것을 손가락이 먼저 감지한 것일 수도 있다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임에도 타인의 헌신과 봉사에 타성이 배여 은연중 강요하는 상대의 습성을 느끼는 것도 문제지만 홀로 짐 지기를 자처한 자기 행복추구권을 반납한 자기 잘못도 있다 스스로를 방관한 상태로 지내왔기에 사실은 서로에게 잘못이 있는 상방과실이라고 할 수 있다 

움직이는 자동차가 사고를 내도 100% 상대방의 과실을 인정받기는 어렵듯이 습관을 잘못 들인 서로의 잘못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더 나은 것과 비교하지 않으면 덜 불행하다고는 하지만 육체의 고통이 수반될 경우에는 굳이 다른 것과 비교하지 않아도 행복도는 현저히 떨어진다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자기 행복추구권이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이 권한을 자신을 위해 사용하기도 하지만 자기 행복추구권을 포기하고 타인에게 몰두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종교에 취미에 사랑에 건강에 혹은 아픈 사람과 동행 등의 다양한 이유로 우리는 자기 행복추구권을 타인에게 반납한다 스스로 자신은 무수리가 되어 상대를 주인으로 정해 놓고 주도권을 양도 위임하고 살아가면서도 그 행복이 자신을 위한 거라는 믿는다 

다른 사람이 조금 떨어져서 그들을 바라보면 어이없는 상황으로 이어지지만 정작 본인은 그게 행복이라는 자기 합리화를 확신하며 지속적으로 그 속에 들어가서는 헤어 나오지 못한다 단지 손가락이 아파보지 않아서일까 아픈 손가락을 느끼지 못해서일까 

아니면 아파도 참아서일까 타인에 자기 행복추구권의 주도권을 넘긴 사람은 자기의 바램과 아픔에는 정말 무디다 그래서 정말 아프다고 보내는 몸의 신호조차도 소홀히 여겨 큰 병을 얻은 다음에 후회하기도 한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누구에게나 잘 대한다 

그게 가능한 일일까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이라는 시간과 자신을 온통 갈아 넣어 만나는 사람마다 밥을 사고 차로 집 앞까지 모시고 가고 오는데 자신은 정말 이 일을 즐기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무지 평범한 사람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그 속을 알 수가 없다 그렇지만 그 지나친 친절이 불편하거나 어떤 목적을 위해서 오남용 될 경우가 되면 그다지 유쾌하지 않다      

또 어떤 사람은 남편이 외항선을 타고 먼바다를 돌고 있을 즈음 가족이 더 좋은 집에서 더 잘 살게 하기 위해서 혹은 더 잘 살기 위해 돈을 조금이라도 더 아끼려고 손수 집을 설계하고 벽돌을 날라 집을 짓고 난 뒤에 너무 애를 써서인지 집을 다 짓고 나서 채 얼마 살지도 못하고 그 집에서 간경화에 걸려 죽었다

남은 가족들에게 자기부재의 슬픔은 잘 전달되지 않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다지 오래가지 않아 그 배우자는 배에서 내려 애써 아내가 지은 집을 팔고 훨씬 더 좋은 집으로 이사했고 더 나은 경제력을 가진 배우자와 재혼하여 세계를 돌아다니며 남은 인생을 즐기고 있다   

뭐가 더 나은 삶인지는 알 수가 없다 살신성인의 마음으로 상대를 위하고 홀로 독박을 쓰며 살아가는 일이 옳은지 아닌지는 판단할 수는 없다 다만 손가락만 아픈 걸까 그 아픔 아래에서 온몸을 떨며 울고 있는 자기 행복주도권과는 무관하게 상대가 무례하게 대하거나 상대의 타성과 적당한 안일함에 몸살 앓으면서도 분노나 절망 같은 감정은 일지 않는 것일까 

우리는 타인의 행복 속에 녹아있는 자기희생과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데서 행복을 찾기도 하고 타인과 무관하게 자기가 즐겁고 행복한 일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무엇이 옳은 일인지는 판단할 수가 없다 사람마다 다 다른  환경에서 자랐고 각각 다른 상황을 살아가기 때문이라 충분히 이해는 된다 

하지만 가끔씩은 손가락이 아플 때마다 아픔을 느끼면서 동시에 정말 나를 위해 살아왔는지에 대한 자기 행복 추구권을 되새기는 기회로 여기며 지난날을 되돌아보곤 한다 지금 자신은 여전히 사는 일에 과부하가 걸려 손가락부터 아픈 것 아닌가 아니면 손가락보다 마음이 더 많이 아픈가 생각하게 된다 

아픈 만큼 행복추구권을 자신을 위해 얼마나 사용하고 있는가 반성하고 되찾아 올 여유를 가진다 오롯이 자신을 위해 쓸 수 있는 날들은 몇 번이나 있었던가 되짚어 보기도 한다 손가락이 아플 때는 보다 건강하고 튼튼하게 살아남기 위해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고 홀로 무거운 짐을 진 채 쓰러진 이솝우화 속 당나귀는 아닌지 자신을 어디에 갈아 넣고 있는지 반성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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