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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찬이

by 김지숙 작가의 집

근찬이는 오래전에 내가 가르치는 학생이다.


그 아이는 유달리 곤충에 관심을 많으며, 특히 장수벌레에 관한 한 무지 박식하다. 그 아이는 언제나 곤충에 관한 책을 들고 다니면서 내게 자신이 알고 있는 곤충에 관한 얘기들을 알려준다. 잘 들어보면 아는 것이 제법 많다.

수업 중 곤충에 관한 내용이 나오면 그 아이의 눈은 반짝인다. 귓불과 두 뺨에 솜털이 뽀송뽀송한 유난히 뽀얀 얼굴을 한 초등학교 3학년 그 아이가 오늘은 학원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 차가 도착하자 그 아이는 반가운 얼굴로 손을 흔들며 저쪽으로 차를 대라고 손짓한다. 난 엉겁결에 그 아이가 시키는 대로 그곳에 주차했다. 그 아이가 쪼르르 운전석 쪽으로 달려왔다. 그러더니 문을 열어주는 게 아닌가. 그리고는 꼭 자기를 닮은 귀여운 강아지풀꽃 한 송이를 건넨다

난 순간 감동을 했다. 그리고 초3학년 그 아이가 갑자기 어른 남자처럼 느껴졌다. 꼬마에게 받는 환대라니 오늘 왠 호산가 싶었다. 내가 책상 위에 자주 꽃을 꽂아둔 걸 근찬이도 알고 있었나 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남편 아니고 내게 누가 차문을 열어주었던가? 나 또한 그 누구에게 문을 열어줬던가?

아무리 골똘히 생각해도 이런저런 기억들이 아련하다.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갈 때, 그 아이는 내가 인사를 받을 때까지 몇 번이고 인사를 하고 간다. 혹 얘가 인사를 잊고 갔다는 생각이 들면 가다가 다시 돌아와서는 인사를 하고 간다. 이런 근찬이가 예쁘고 웃는 얼굴을 보면 기분 좋다.

아이들은 보지 못한 것은 하지 못한다. 그 아이의 모습에서 그 아이 부모님의 일상들을 기분 좋게 떠올린다. 살면서 생각지 못했던 순간에 기쁨으로 습격당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상대방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을 10살 꼬마 신사에게서 배운다.


꼬마신사 이근찬 파이팅!


벌써 20년 전의 일이다 지금쯤 대학생이 되어 있거나 사회 초년생이 되어 있을 것 같다 여전히 멋진 아이로 잘 자랐을 것 같다 한 번쯤 보고 싶은 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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