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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사랑

by 김지숙 작가의 집

우연한 기회로 어느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현관에 들어서자 어리고 낯선 외국인 여자가 문을 열어 준다. 그리고 나이가 제법 있어 보이는 할아버지가 두 달이 채 안된 아기를 안고 좋아서 입이 귀에 걸려 있다. 잠시도 아기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아기를 서서 어르는 모습에 저 나이에 늦둥이가 저리 좋을까 의문을 갖게 되었다. 애인을 바라보는 눈이 저리 행복할까? 아기도 할아버지의 눈동자에 빨려 들어갈 듯 잠시도 눈을 떼지 않고 방긋방긋 웃고 있었다. 두 사람의 모습이 행복에 취해 있어 정말 보기 좋았다.

알고 보니, 이 집은 대가족으로 3대가 한 집에 산다. 며늘 아이는 필리핀 출신이며, 우리말이 매우 서툴어 낯가림이 심하다. 손자의 얼굴을 이리저리 잘 살펴보니 피부색부터 눈꺼풀까지 우리와는 조금 다르다는 점을 한눈에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집 사람들에게는 그런 것들은 조금도 문제 되지 않는다.

손자 손녀는 전생에 애인이라고 했던가?. 물론 전생을 믿지 않는다. 하지만 두 사람의 눈빛을 보면서 어쩌면 그럴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미소를 바라보면서 나도 한껏 행복했다. 언젠가 나도 내 손자녀들에게 저렇게 '무한'의 사랑을퍼부을 수 있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그 집 사람들의 행복한 미소는 며칠을 두고 날 행복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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