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아리

by 김지숙 작가의 집
큰꽃으아리.png 으아리

으아리 꽃잠


타래로 몰린 꽃 짧은 구름 모으고

비 내리자 옹송대며 잔 물 따라나선

무른 땅에서 감숭 잠이 든

빛나는 시절은 자주 몽롱하다

익숙한 길 푸른 지붕 그림자 앞 앞에

한 다리를 전봇대 걸친 편백나무

어른대며 흘러든 선잠 속에서

오손 도손 꽃대 올라가는 소리

너덜 머리 얼굴 대신 그린 그림 속

왁달박달 환히 피어오른 으아리 꽃



나는 꽃을 좋아하지만 모든 꽃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얼레지 땅나리 할미꽃 금낭화 제비꽃 은방울꽃 요강나물 초롱꽃 모시대 바람꽃처럼 아래를 내려다보고 피는 꽃을 즐기지 않는다 아래를 내려다보는 꽃을 보면 목디스크에 걸린 것처럼 목이 아플 것 같아 쳐다보면 마음이 아프다

특히 으아리는 아름처럼 왠지 큰 슬픔에 입을 크게 벌리고 대성통곡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으아리라는 이름은 보기에는 연약한 줄기를 하고 있어 사람들이 줄기를 쉽게 낚아채면 아파서 '으아'하고 소리를 지른 데서 유래된다고 한다 하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으아리 꽃에는 슬픔이 한가득 들어 있어 보인다 처음에는 신기해서 바라보지만 자꾸만 보면 슬픈 마음이 드는 꽃이다


나는 도도하게 목덜미를 길게 올려 피는 꽃을 좋아한다 산자고 하늘나리 연꽃 원추리 용담 난쟁이 붓꽃 구름붕이 반하 범부채 방울새란 같이 꼿꼿하게 하늘을 바라보고 피는 꽃을 좋아한다 왠지 모를 자신감이 하늘을 찌른다 철부지의 도도함 같다고나 할까

그리고 활짝 핀 꽃이나 지고 있는 꽃보다는 벌어지지 않는 꽃을 선호한다 희망을 담고 있어 보인다 활짝 핀 꽃에는 뭔지 모를 꽃잎이 곧 떨어질 것 같은 불안감이 느껴진다 성숙이라는 점에서 보면 달라 보이기도 한다 어차피 꽃은 피고 지고 생 역시 오면 가기 마련이고 꽃이 져야 열매를 맺는다

그렇지만 나는 되도록이면 목대가 가늘어도 꼿꼿한 꽃을 좋아하고 이들이 바라보는 하늘을 바라보기를 즐긴다 이 마음은 철이 덜 든 것일까 아니면 그냥 지조이고 취향일까


그래, 나는 도도하게 고개를 든 채

앙다문 입 속에 희망을 가진 꽃들이 여전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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