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탕
아직 좀 이르긴 하지만 김장철이 들거나 찬바람이 불면 엄마가 끓여주던 뽀얀 곰탕이 생각난다 잡뼈와 다리뼈를 큰 솥 가득 넣고 몇 번을 고아 우려내어 커다란 그릇에서 몇번을 우려낸 국물을 다시 섞어 한겨울 밖에 내어 놓으면 굳은 기름은 위로 떠 오르는데 거름망 국자로 다 건져내고 나면 말간 국물을 만들어 둔다 꼬리뼈는 따로 고아 물렁물렁하면 먹기 좋게 뼈를 발라내는 과정을 거쳐 다시 손질하고 잘라 곰탕 그릇 안에 넣고 대파를 잘게 송송 썰어 띄워 먹던 곰탕 맛은 잊을 수가 없다
여기에 갓 무쳐낸 김장 김치가 반찬으로 있다면 다른 것은 필요 없는 정말 더 말할 나위가 없는 내 마음에 꼭 드는 밥상이 된 다
간혹 한 번씩 이 곰탕이 생각나고 먹고 싶어 시중에 파는 곰탕을 사서 먹지만 싱겁고 그 맛이 통 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여태까지 다리뼈를 고아 내고 꼬리뼈를 고는 정성을 나를 위해 나만 먹으려고 곰국을 끓이기를 시도하지는 않았다
다른 식구들은 이러한 곰탕에 얽힌 추억도 없거니와 육식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며 더군다나 내가 끓인다고 그 맛을 낼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시중에 파는 곰탕에 채 썬 파를 넣고 먹는 것으로 추억의 곰탕 맛을 기억하려고 애를 쓰지만 아주 헛일이다 곰탕 전문식당에 가서 먹어 봐도 그 맛은 그 맛이 아니다 결국 추억 속의 곰탕 맛은 추억 속에만 있을 뿐이라는 게 너무 마음이 아프다
추억은 추억일 뿐, 다시는 맛볼 수 없는 내가 기억하는 엄마의 곰탕. 찬바람이 불고 마음이 허 하면 후후 불어가면서 곰탕그릇에서 흰쌀밥 한 숟갈 뜨고 막 담근 김장김치 한잎 쭉 찢어 올려 주는 손맛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