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와인 만들기

by 김지숙 작가의 집

그린와인 만들기



술을 좋아하는 것도 잘 마시지도 않는 입장이지만 와인에 대한 관심은 많다 와인은 보통 포도를 으깨서 나온 즙을 발효시킨 술의 알코올 도수는 13-15도 정도로 약한 술이다 신선한 천연 포도알만을 원료로 발효시킨 포도주가 더 정확하다 그런데 요즈음은 광의의 의미로 다른 과일을 발효시킨 술도 와인 범주에 넣곤 한다 포도에 꿀이나 설탕 이스트 물 등을 적당한 비율로 부어 술을 만드는데, 진짜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술을 부어 만드는 포도주를 만든다. 그렇게 되면 술에 들어 있는 좋은 성분을 설탕의 단맛을 취하지 않고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변의 공사장에서 덜 익은 포도송이를 단 포도나무를 만났다. 한때 누군가에게는 소중했을, 베어 내기 직전의 포도나무에 달린 수많은 포도가 열어 있다 다 익기도 전에 사라질 위기에 놓인 포도를 바라보다 문득 한 알을 떼어 입에 넣었다. 새콤하고 상큼하기가 레몬에 비길 바가 아니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푸른 포도로 그린 와인을 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려 나간 포도 넝쿨에서 푸른 포도를 취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많은 양의 물에 담가 표면에 붙어 있는 이물질을 제거하고 씻은 후 한 알 한 알 떼어 내어 적당히 습기가 날아간 후, 용기에 담고 포도가 담길 정도로 술을 부었다 일반적으로 으깨야 하지만 맑은술을 원할 때에는 기간을 좀 더 오래 두면 된다

작은 용기에 한통을 담았다 언제 개봉할지는 알 수 없지만 오랜 세월이 지날수록 좋은 술이 되리라 생각한다 온도와 습도와 용기 장소의 중요성을 새삼 생각한다 그린 와인의 맛도 주어진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니 세월을 두고 묵혀 가며 기다려 볼 참이다 다 익어 술 냄새가 올라오면 탄산을 섞어 마셔볼 참이다 비타인 C가 풍부하다고도 하고 피로 해소 수면효과 피부에도 효과를 본다고 하니 여러모로 유익한 술이 되리라

사람의 성품도 이와 같으리라 인간의 습성은 수렵채집의 사회에서 습득된, 빠른 두뇌를 회전하고 몸을 움직이는 습성과 산업사회에서 습득된, 치밀하고 꼼꼼하며 느리게 뇌를 사용하여 판단하고 실천하는 두 가지 습성이 있다 현대인은 이 두 가지 습성은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 안에서 발전하게 되는데 일단 발전한 습성을 적재적소에 사용해야 삶에 유익하고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이를 더욱 발전시키는 속도가 복수 효과를 지니는 등 남다르다고 한다


지금 나의 습성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그린와인을 만들면서 다시 한 번 되돌아 보게 된다

keyword
이전 03화곰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