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등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오늘 시』





나비등


아직

만나지 못하네

삶을 소롯이 드러내고

남들은 단박에 알아보는

단 한 번도 마주 본 적 없는

또 다른 나



어느 날 문득 거울을 보면서 나의 뒷모습은 그리 쉽게 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거울을 보면 될걸' 이라고 말하지만 작정하고 보지 않으면 나의 뒷모습은 자주 볼 수 없다 그리고 눈이 뒤에 있지 않은 이상 거울 속에서만 나의 등을 볼 수 밖에 없다

거울 속에서 보는 나와 거울 밖에서 보는 나는 다르다 굳이 이상의 시 '거울'을 들지 않더라도 거울이 주는 의미는 새겨 볼 필요가 있다

내가 보지 못하는 동안에도 나의 뒷모습은 나를 위해 열 일을 한다 내가 나이기 위해 애를 쓰듯이 나의 모습을 갖추느라 바쁘게 움직이는 나를 따라다니느라 등 뒤에서 오는 찬바람을 군말 없이 받아내느라 시리고 춥고 힘들었을 나의 등에게 나는 감사하다거나 나의 뒷모습의 상황에 신경 쓸 겨를이 거의 없었다

가끔 가는 미장원에서 내미는 뒷 보기용 거울로 잠깐 잘 다듬어졌는지 나의 뒤통수만 확인하고 만다 나의 날갯죽지 나의 등판에 뭐가 나 있는지 왜 가려운지에도 무심했다

어느 날, 문득 내 등에 무관심한 나를 그래도 이 날까지 변함없이 묵묵히 나와 함께 해 온 나의 등에 대해 안 아파줘서 고맙고 잘 움직여줘서 고맙고 못 챙겨줘서 미안하다는 마음으로 이 시를 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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