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詩集『오늘 시』
벚꽃招
비 내리고 바람 부는 날
만개한 벚꽃은 서러운 춤울 춘다
꽃잎이야 곱지만
떨어져 와닿는 부드러움은
할 말을 모두 놓아버리고 만 서글픔이다
핀다고 모두 꽃이고
진다고 다 쓸쓸함이랴
만개한 벚꽃은 모든 힘을 다 쏟고
할 일 모두 끝낸 백발의 빛나는 청춘이다
흐린 날
낮달처럼 웃고 선
저 꽃잎들
봄이 와서 꽃철이 되면 엉덩이가 들썩거려 더 이상 그냥 집에 앉아 있을 수가 없다
벚꽃철이 되면 삼락 벚꽃길 꽃마을 벚꽃길 진해의 여좌천을 걷거나 가까운 양산의 황산 공원 그도 아니면 김해 비행기장 길에 있는 30리 벚꽃길 영도 청학동 배수지 자연생태 학습장, 구포역에서 엄궁에 이르는 벚꽃길 기장 곰내재 벚꽃길을 찾는다 내가 가지 않으면 꽃이 섭섭해할지도 모른다는 나의 생뚱맞은 착각으로 부지런히 이곳저곳을 다닌다
위의 시는 양산의 황산 벚꽃 길을 찾았을 때 쓴 시이다 그날은 때마침 내리는 봄비로 꽃잎들이 꽃비를 흩뿌리고 있었다
맞은편 공사를 하느라고 차들이 다니지 못하게 되어 있었고 벚꽃이 터널을 이루는 길을 걷는데 꽃잎들이 얼굴에 손등에 마구 떨어지고 있었다 우연히 내가 펼친 손에 살포시 내린 꽃잎은 그렇게 부드러울 수가 없었다
지는 꽃이라고 아름답지 않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사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고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이라 할 지라도 그 삶이 또한 아름답지 않을 수 있을까
떨어지는 벚꽃을 보면서 많은 생각들이 스치고 지나갔다 환히 피어 곧 떨어질 것 같은 꽃 이제 방금 꽃봉오리를 달고 있는 꽃 다양한 모습들을 보면서 떨어지는 벚꽃잎들 사이의 희미한 낮달도 함께 보았다 꽃잎인 줄 착각할 정도로 비슷한 색으로 벚나무 꼭대기에 걸려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저 꽃잎들도 무수한 낮달일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 귀하지 않은 것이 어디 있을까
떨어지는 저 꽃잎들도 한 때는 봄이었던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