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예초기 소리는
꽃의 비명을 묻어버린다
상처에 향기가 난다고
아프지 않을까
상한 새가 노래 한다고
그 소리가 슬프지 않을까
상처가 없는 사람은
상처가 아름답다고 한다
상처를 주는 사람은
스스로 상처를 만든다고 한다
상처는 흔적이다
지난 날로 들어가는 문이다
그 날의 표식이다
상처는 단 한번도 아름다운 적 없다
그리고 세상에 아름다운 상처는 없다
하기 쉬운 말로 사람들은 상처가 아름답다고 상처는 잘 견뎌낸 훈장이라고들 말을 한다 그런데 솔직히 상처는 훈장이 될 수도 별이 될 수도 없다 상처는 볼수록 그 일을 되새기는 열쇠라고 생각한다 상처를 돌아보면 그게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남의 상처니까 그럴 수 있다 그렇게 훈수를 떨면 뭔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시인들이 너도 나도 그렇게 말을 하니까 상처는 아름답다고 말들을 하기도 하고 위로하는 차원에서 보면 그렇게 고운 말을 우아하게 하지만 막상 제 몸에 난 상처를 돌아보면 몇번이나 상처는 정말 아픈 기억을 덮고 더 앞서 나아간 고상한 감정이 될 수 있었을까
풀을 베고 나면 풀의 피 냄새가 난다 나는 그 풀이 얼마나 힘들까 싶은 데 그것 향기롭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풀의 상처에서 난 그 냄새를 향기로 느끼고 그 냄새에서 위로를 받는다는 말을 하는 어느 친구의 말을 들으면서 참 다르게 생각한다 무섭다는 느낌이 들었다
풀은 아프다고 하는데, 풀이 아프다고 내는 절규를 향기에 위로를 받는다니 참 다르다 이해불가이다 어쩌면 그 사람입장이면 내가 이해불가일지도 모른다 풀따위를 베는데 무슨 그런 말을 하느냐고 하겠지만 애초에 예초기를 싫어하고 풀도 아름답다고 생각하니 그럴 수 밖에 없다 서로 다르게 살아왔고 살아가니 생각이 다르고 삶이 다르니 자연 표현도 느낌도 다를 수 밖에 없다 공감은 못하지만 이해는 한다
사람들은 쉬운 말로 상처는 스스로 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타인으로 인하지 않고 자신이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누구도 상처를 줄 수 없다고들 말한다 그 말은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어쩌면 자신들이 가장 타인에게 상처를 많이 준 사람들이 아닐까
자해하는 경우를 제하고는 스스로 상처를 내고 싶은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만약 그렇다면 아무 말이나 막하고 사는 사람이 아무 죄의식도 없이 여전히 잘 살아가도 되는 세상이 되어 버린다 절제나 배려가 없고 위로나 사랑이 필요 없이 쏟아부은 모든 감정을 스스로 제어하고 하고 자기 상처로 안고 살아가야 하는데, 그런 세상은 곤란하다 사람들의 말이나 세상의 평판에도 꿋꿋하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은 도를 통한 사람이거나 뻔뻔한 사람이지 보통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서로 말조심해야 한다 말한마디에 천냥빚 갚는다는 말이 있다 말을 잘하면 절간에서도 고기를 먹는다는 말도 있다 말로 상처를 주고는 상처받는 사람 잘못이라는 경우는 어불성설이다 말은 듣는 사람을 생각해서 조심해서 하지 않으면 세상은 온통 말이 낸 상처투성이가 될 것이고 설사 말을 한 사람이 잘못 말해도 상대에게 상처를 입지 않는다고 쳐도 그 역시 아름다운 세상에서 더불어 살아갈 행운은 잃어버리게 된다
남의 말에 상처를 받고 긴 이야기를 털어놓는 친구를 보면서 말이 지닌 날카로운 맛을 다시 보게 된다
요점은 남의 상처에 기뻐하지 말자 내 상처인 것처럼 생각하지는 못해도 최소한 말한 사람이 상처내고는 말 듣는 사람이 받은 상처를, 말 듣는 사람이 못나서 만든 것이라 우격다짐하지 말자 아무리 자신이 잘난 것처럼 생각되어도 결국 유한한 삶을 살다가는 한낮 사람이다 우주에서 아니 구글에서만 보더라도 먼지의 존재로도 찾을 수 없는 그냥 조금 더 있고 조금 더 빛나는 조금 더 키가 크고 조금 더 직위가 높은 그저 그냥 사람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