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 『서랍 속의 시詩』







밤이 이불 위를 굴러다니는 소리에

잠을 설친다

때 늦은 밤하늘이 어둠을 내뿜고

수평선 불빛들은 소리없이 지나가고

먼 동네의 개들이 짖어대고

사방의 어둠이 갈라진다

밤을 낭떠러지로 몰려간다

거침없이 더 깊어지는

소리 안의 소리, 소리 밖의 소리

아무도 걷어내지 않는 한밤중

어둠은

소리없는 발걸음으로

여기저기 다닌다

저 어둠은

어디서 언제 시작된 것일까

세월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잠을 깬 밤이 내내 들락거린다




잠귀가 밝아서 낯선 소리나 귀에 조금만 거슬리는 소리가 나도 잠이 깬다 그리고는 다시 잠들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어쩌면 아침까지 잠을 잘 들지 못하고 뒤척이기까지 한다 대체로 잠을 잘자는 편이라 잠을 안 자려고 무진 애를 써는 편이지만 잠을 자려고 애를 쓴 적은 손가락으로 셀 정도이다

그런데 오늘은 초저녁에 살풋 잠이 들었다가 한밤중에 날카롭게 개가 짓는 소리에 잠이 깼다 아마도 개만두고 어디로 가버린 집의 개같다 배가고프거나 목이 마르거나 심하게 분리불안을 겪거나 무섭거나 한 모양이다 개야 짓기밖에 더 어떻게 마음을 표현할까

이 동네는 개가 많아서 한마리가 짓기 시작하면 동네개가 합창을 한다 아무리 이리저리 뒤척여도 머릿속은 아런저런 생각들로 뒤죽박죽이 되어 잠이 오지 않아 아예 잠을 포기했다

딱히 무얼하겠는가 글쟁이가 글을 쓰는 일밖에.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그냥 꿋꿋하게 쓰면 되는데, 오히려 잠 오지 않는 시간을 즐기면 되는데. 그렇게 마음 먹는 순간 또 잠은 또 눈까풀을 점령해 들어와서는 눈을 못 뜨게 심술을 부린다 두세 시간 앉아 이런저런 글을 쓰고 읽다보니 이제는 잠이 올 것 같다 들어가서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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