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詩集 『서랍 속의 시詩』
천천히 흐르는 강
등 떠밀려 여기까지 왔더니
바다를 막아선 하구언 앞에서
강이 강물의 손을 잡고 말았다
밀지 마라 등 떠밀지 마라
밀지 않으면 천천히 흘러간다
들을 돌고 산을 돌고 마을을 돌아
여기까지 왔다
들을 만나면 들을 품고
산을 만나면 산그림자 손잡고
마을을 만나면 사람들과 어울리며
이제는 옆도 보고 앞도 보고
뒤도 돌아보면서 천천히 천천히
흐르는 강이 되겠다
낙동강 하구언은 낙동강의 마침표다 낙동강의 마침표인 하구언 앞에 서면 강물은 굽이굽이 긴 여정을 지나 얼마나 흘러 여기까지 왔을까 얼마나 많은 눈물과 슬픔 기쁨을 강물에 담고 흘러왔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음이 울적하거나 생각할 것이 많은 날은 혼자서 하구언에 가곤 했었다 지금은 새로운 건축물이 많이 들어서고 사람들이 많아서 하구언 가장 가까운 강둑에 가는 것은 쉽지 않지만 예전에는 키보다 높은 갈대풀 무성한 사이로 가끔씩 낚시꾼들이 낸 여유롭게 나 있는 길을 따라서 강 가까이에 쉽게 가곤 했었다
한대 을숙도 하구언은 갈대숲은 너무 우거져 쉽게 들어갈 수 없어 보통 사람들은 눈으로만 바라보는 신성한 장소처럼 여겨지기도 했지만 어느 해부터인가 갈대를 걷어내고 유채꽃으로 바꾸어버렸다 난 그 때 유채꽃을 보면서 참 슬펐다 왜 갈대를 자르고 유채꽃을 심었을까 사람들이 유채꽃을 보러 제주도에 가곤 했지만 굳이 낙동강의 갈대를 자르고 유채꽃밭을 만드는 개발 사업에 정말 속이 상했다
낙동강은 그냥 그대로의 모습을 두고 보아도 충분히 아름다운 곳이었다. 4대강 정비사업이라고는 했지만 자연스러운 모습을 두고 굳이 정비사업을 그렇게 해도 되었을까 왜 굳이 갈대를 잘라내고 갈대밭에 유채꽃을 심어야 했을까 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요즈음은 한술 더 떠서 핑크 뮬리를 가져다가 심은 곳이 늘었다 핑크 뮬리는 생태계를 파괴하는 식물이다 이솝우화에 못난 본래의 모습을 숨기고 갖가지 깃털을 몸에 꽂은 까마귀를 생각하게 된다
그들의 눈에는 유채꽃이 핑크 뮬리가 아름답게 느끼는 모양이다 아름답다고 무조건 갖다가 심어버리면 본래의 자기 것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난 옛날 사람이라 그런지 낙동강에는 유채꽃이나 핑크 뮬리보다 갈대숲이 더 좋다 자연스러운 갈대가 우거진 옛날의 그 모습을 지닌 낙동강이 더 좋다
친구 집에 간 적이 있다 사람은 영락없는 시골 출신의 시골 사람이다 적어도 우리 집에 와서만 큼은 그랬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집에 초대되어 갔더니 사람만 빼고는 마치 유럽의 어느 집에 온 것 같았다 먹고 마시고 사는 모습이 그랬다 나의 눈에는 너무 부자연스럽고 어느 것이 짝퉁인지 혼란스러웠다 사람이 짝퉁일까 환경이 짝퉁일까 무엇으로 하여금 이들을 이렇게 변화된 생활을 살고 있을까 부러워 하기는커녕 불편하고 이상했다 평소 알고 있던 그들의 이미지와 도통 연결이 되지 않았다 자주 만나지 않아서 그간의 변화를 몰라서였을까
많은 생각들이 스치고 지나갔지만 내내 생각을 해도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가 되지 않아 생각을 그만두기로 했다 마치 낙동강변에 피어 있는 핑크 뮬리처럼 아름다워 보이긴 하지만 왠지 어색하고 구색이 맞지 않는 느낌. 있어야 할 곳에 있는 아름다움은 그 배가 되지만 생뚱맞은 곳에 생뚱맞은 사람들 사이에 놓인 아름다움은 그 어색함이 배가 된다
적응되지 못하는 아름다움은 불편할 뿐이다 4대 강으로 버려진 것은 자연스러움이고 남은 것은 핑크 뮬리와 유채 밭이다 성형미인의 아름다운 모습을 닮았다 그것에 환호하고 열광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난 그들이 아니다 본연의 모습에서 느끼는 자연스럽고 평온하고 강다운 모습을 잃어버린 성형 되어버린 강 하구언은 또 스스로는 또 얼마나 불편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이 강처럼 흐르도록 내가 나처럼 살도록 가만 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