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
차를 끓인다
어둠을 더듬어 내게 찾아온
인연을 헤아리다가
묵묵히 끓어오르는
찻물을 바라보다가
단아하게 앉아 기다리다가
찻잔을 바라보다가
이내 고운 향이 번지는
하얀 구름이 된다
어디서부터 얽힌 인내였을까
잘 말린 마음 안에 숨겼다가
뜨거웠다 식어가는 찻물에
달빛이 우러난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하지만 그래도 어떤 맛인지 앞에 있는 술을 맛보는 데는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한 모금도 넘기지는 못하고 한 방울로 간을 본다 그렇지만 차는 앞에 놓이면 일단 마시고 본다 그렇다고 차를 무조건 좋아하지는 않는다
좋아하는 차는 정해져 있다 한때는 홍차를 좋아해서 늘 홍차를 마신 적이 있지만 이제는 거의 마시지 않는다 주로 꽃차 종류를 마시곤 하지만 그다지 즐기지는 않는다 그러고 보니 버섯차나 뿌리차 무차처럼 건강에 좋다는 식물들을 소재로 만든 차들을 자주 마셔왔다
대추 생강 계피를 넣어 끓인 차나 야생 상황이나 야생 영지 결명자 연잎 연뿌리 머위 뿌리 우엉 헛개 야관문 박주가리 둥굴레 수시로 덖음차로 만들어서 마신다 그중에서도 무 우엉 결명자 헛개는 거의 습관처럼 마셔왔다 겨울이면 언제나 아침 점심 저녁 세 번 이상은 차를 마신다
허브차는 거의 마시지 않는다 향이 강해서 입에서 받아들이지를 않는다 은은하고 약한 맛이 좋다
먼 곳에서 지인들이 가끔 만든 차를 보내기도 한다 나의 입맛을 모르니 좋다는 차는 다 보내온다 한때는 차 만들기 빠진 적이 있다 꽃차도 뿌리차도 엽차도 만들었다 구증구포의 매력에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어렵다 요즈음 같으면 겨울무를 굵게 채 썰어 반그늘이나 건조기에 말려서 여러 번 덖으면 정말 맛이 좋은 차가 된다 소화력도 좋지만 동삼(冬蔘)이라고 하여 산삼에 버금간다는 말을 하는 이유가 혈액을 맑게 하고 현기증을 없애주는 역할도 하며 골다공증에 좋고 지방이나 나쁜 콜레스테롤과 독소도 배출하는 기능이 있다고 한다
이 정도의 효능을 가진 차라면 거의 만병통치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겨울이면 자주 끓이는 연한 무차와 진한 계피 생강차를 마시면서 잔잔한 겨울을 보내는 중이다